[런던 2012]박주영, 경험부족 후배들 이끌며 선제골… 맘고생 싹

  • Array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성룡(왼쪽), 김창수
정성룡(왼쪽), 김창수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와일드카드’에 대해 “팀과 동화되지 않는 선수는 필요 없다”고 말해왔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인 팀에 성인 선수 3명이 들어와 ‘선배’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팀워크가 깨진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올림픽 때마다 최강의 와일드카드를 뽑았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부조화 탓이라는 게 홍 감독의 분석이다.

홍 감독은 6월 ‘병역 논란’ 박주영(27·아스널)과 함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해외에서 장기 체류 허가를 받아 병역을 10년 연기해 사실상 병역을 편법 면제받았다는 비난을 들은 박주영은 성인대표팀의 ‘킬러’로 골 결정력이 약한 올림픽팀에 꼭 필요했다. 그런데 병역 논란에 대해 ‘나는 떳떳하다’며 아무런 설명이 없는 박주영을 뽑기 위해선 ‘대국민 담화’가 필요했다.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박주영은 “은퇴하고 꼭 입대한다”고 국민 앞에 선언했다. 홍 감독은 “주영이가 안 가면 내가 간다”며 힘을 실어줬다.

홍 감독이 박주영에게 집착한 이유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의 경험 때문. 당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뽑았는데 자신을 버리고 팀워크를 위해 헌신해 후배들이 아주 잘 따랐다.

골키퍼 정성룡(27·수원)은 ‘삼고초려’해서 선발했다. 이운재(39·전남)를 이은 국내 최고의 골키퍼.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수원으로선 내주기 쉽지 않았지만 홍 감독의 적극적인 설득에 두 손을 들었다. 홍 감독은 23세 이하 골키퍼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정성룡을 낙점해 ‘작업’했다. 김창수(27·부산)는 수비수이면서도 공격 본능이 뛰어나 뽑았다. 부산의 주장으로 책임감이 강한 것도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 감독의 이런 세심한 와일드카드 선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박주영은 30일 열린 스위스와의 올림픽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후반 12분 그림 같은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려 2-1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정성룡은 스위스의 기습 공격에 골을 내줬지만 경험이 부족한 수비라인을 지휘하며 듬직하게 골문을 막아 첫 승을 지켰다. 김창수는 경기 내내 과감한 오버래핑은 물론이고 폭 넓은 활동량으로 공수에 활기를 불어 넣어 승리를 거들었다.

무엇보다 박주영과 정성룡, 김창수는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함께 해온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홍명보의 아이들’과 하나가 돼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와일드카드로 평가받는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김창수#정성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