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경민, 16세 어린후배 가르치듯 ‘4강 스매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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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7시 00분


55회 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 10일째

여자 일반부 복식서 고현정-선인장조 2-0 제압
경기 끝나자마자 대교눈높이 감독석에 ‘1인 2역’


5년 만에 선수로 복귀해 코트에 다시 선 ‘셔틀콕 여왕’ 라경민(36·사진) 대교눈높이 감독이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55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여자복식 준결승에 진출했다. 라 감독은 20일 충북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10일째 여자 일반부 복식 8강전에서 제자 박선영과 짝을 이뤄 김천시청 고현정-선인장을 2-0(21-17 21-12)으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라 감독은 1990년대 세계 최정상을 지켰던 복식 선수였지만 공식적으로 은퇴한지 5년이 지났다. 그러나 최고 열여섯 살 어린 후배들과의 경기에서 한 수 위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여자복식 8강전에서도 라 감독은 175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스매싱과 네트 바로 앞을 지키는 그물망 수비로 승리를 따냈다.

라 감독은 이날 복식 8강전에서 승리하자마자 경기복도 갈아입지 못하고 수건으로 땀만 대충 훔친 뒤 서둘러 바로 옆 코트에서 벌어지고 있던 대교눈높이 이연화-최혜인과 영동군청 오슬기-박수현의 경기 감독석에 자리했다. 1인2역으로 쉴 틈 없이 코트 안팎을 지키는 감독 겸 선수인 것이다. 라 감독은 이미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 라 감독의 복식 8강전을 지켜본 김중수 전 국가대표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체력적인 면에서는 전성기와 차이가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최정상급이다. 특히 기교면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공백이 길었지만 스스로 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해 소속팀 복식 선수의 부상으로 대신 코트에 잠시 섰던 라 감독은 올해부터는 정식으로 개인전에도 출전하며 선수들에게 온 몸으로 모든 것을 전수하고 있다. 이 덕분에 라 감독이 이끄는 대교눈높이는 단체전 준우승과 함께 개인전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식에 출전한 고졸 신인 송민진은 국가대표 황혜연(삼성전기)을 꺾은데 이어 20일 8강전에서 김영미(당진시청)를 2-0(21-18 21-1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실업무대 첫 대회에서 당당히 4강이다. 특히 이현진과 김문희도 단식 4강에 오르며 대교눈높이 소속 3명이 준결승에 합류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충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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