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드필더? 외모보다 축구로 인정 받는게 먼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 제주 유니폼 갈아입은 ‘형-형 듀오’ 권순형-송진형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꽃미남 듀오’ 송진형(왼쪽)과 권순형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현 나카가미에서 활짝 웃으며 올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두 선수를 올해의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나카가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꽃미남 듀오’ 송진형(왼쪽)과 권순형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현 나카가미에서 활짝 웃으며 올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두 선수를 올해의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나카가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프로 사령탑 3년차를 맞은 박경훈 감독(51)은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2012년 축구는 미드필더의 활약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로 중원에서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상대가 빈틈을 보일 때 전광석화 같은 ‘킬 패스’로 침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중원 축구의 키 플레이어로 권순형(26)과 송진형(25)을 꼽았다.

권순형과 송진형은 닮은 점이 많다. 둘은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에 진출한 뒤로는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 유니폼을 새로 입었고 구단에서 여성 팬 몰이를 한껏 기대하며 ‘꽃미남 듀오’, ‘미(美)드필더 듀오’라고 밀어줄 만큼 깔끔한 얼굴을 가진 것도 닮았다.

“대학 때 잘했던 선수라는 얘기는 이제 그만 듣고 싶습니다.” 권순형은 늘 따라다니는 ‘예전에 잘나갔던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대학 때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상비군에 뽑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2009년 강원FC에 입단한 뒤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강원에서 뛴 3년간 69경기에서 2득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의 경기 조율 능력과 패스 감각을 눈여겨봤고 예전 기량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그를 영입했다. 권순형은 “언제까지 예전에 잘했던 것만 생각할 수는 없다”며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프로행을 결심한 송진형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중퇴한 뒤 2004년 FC서울에 입단하면서 ‘축구 신동’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2007시즌을 끝으로 호주 리그에 진출했고 2010년 프랑스 2부리그 투르에 입단해 두 시즌을 뛰었지만 1부 리그 입성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국내로 돌아왔다. 그의 제주행은 해외 진출 후에도 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제주 박동우 스카우트와의 인연 때문이다. 송진형이 2007년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였을 때 박 스카우트는 대표팀 골키퍼 코치였다. 송진형은 당시 20세 이하 월드컵에 함께 출전한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과 함께 미드필드 3인방이었다.

그는 “유럽에서 1부 리그의 꿈을 못 이룬 게 아쉽긴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팬이 많을 것 같다”는 얘기에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좋아해 주시면 고맙지만 먼저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죠”라며 쑥스러워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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