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거포’ 대호 씨, 감독 마음 녹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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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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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4번타자 경쟁자들 1일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앞두고 이대호(오른쪽)와 T-오카다가 취재진 앞에서 손을 맞잡은 채 미소 짓고 있다. 미야코지마=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손 맞잡은 4번타자 경쟁자들 1일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앞두고 이대호(오른쪽)와 T-오카다가 취재진 앞에서 손을 맞잡은 채 미소 짓고 있다. 미야코지마=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오릭스 훈련 장난 아니네” 오릭스 이대호가 2일 일본 오키나와 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둘째 날 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유니폼도 
머리도 땀에 흠뻑 젖었다. 이대호는 훈련을 마친 뒤 “롯데에서 뛸 때보다 훈련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야코지마=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오릭스 훈련 장난 아니네” 오릭스 이대호가 2일 일본 오키나와 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둘째 날 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유니폼도 머리도 땀에 흠뻑 젖었다. 이대호는 훈련을 마친 뒤 “롯데에서 뛸 때보다 훈련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야코지마=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이승엽(삼성)도 그랬다. 김태균(한화)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진출 첫해 4번 타자를 꿰찼다. 이대호는 어떨까.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지난해 12월 초 입단식에서 “이대호를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기용에 전권을 가진 감독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며칠 뒤 T-오카다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번 타자에서 밀리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140m짜리 홈런을 날리는 등 거포의 자질을 보였던 T-오카다는 고교를 졸업하고 2006년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뒤 한참 동안 부진했다. 2007∼2008년에는 1군 경기에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하는 등 2009년까지는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의 잠재력은 T-오카다로 불리기 시작한 2010년 폭발했다. 본명이 오카다 다카히로인 그는 그해 오카다 감독이 부임하자 같은 성이라 헷갈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등록 이름을 바꿨다. 팬들의 공모를 통해 이름의 첫 글자이자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T’를 따왔다. 공룡 같은 파워를 지닌 타자가 되겠다는 의지였다.

그해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하며 6번 타자로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T-오카다는 당시 팀의 주포였던 알렉스 카브레라(소프트뱅크)의 부상을 틈타 5월부터 4번 자리를 꿰찼고, 홈런 33개로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개막전부터 4번 타자로 나선 지난해에는 타율 0.260에 16홈런, 85타점으로 전년에 비해 부진했지만 오카다 감독은 대부분의 경기에 그를 4번 타자로 세웠다. 그런 T-오카다가 이대호라는 막강한 라이벌을 만난 것이다.

이대호와 T-오카다는 1일 처음으로 함께 훈련했다. 프리배팅에서 이대호는 72개의 공 가운데 3개를, T-오카다는 59개 중 9개를 홈런으로 만들었다. 홈런만 따지면 T-오카다의 승리인 셈. 하지만 오카다 감독은 “체격이 큰데도 타격 자세가 아주 부드럽다. 올 시즌 4번 타자는 여전히 이대호”라며 치켜세웠다.

감독의 믿음도 있지만 일본은 오른손 거포가 귀하기에 이대호는 타순 구성에서도 유리하다. 지난해 3번 타자로 나섰던 왼손 타자 고토 미쓰타카가 올해도 3번을 맡는다고 가정할 경우 고토-이대호-오카다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왼손-오른손-왼손으로 구성된다. 반면 이대호가 5번으로 밀릴 경우 3∼5번이 왼손-왼손-오른손 타자로 구성돼 상대 팀의 투수 운용이 한결 쉬워진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왼손 투수로 3, 4번을 상대한 뒤 이대호 타석에서 오른손 투수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는 한 ‘굴러온 돌’ 이대호는 ‘박힌 돌’ T-오카다를 빼낼 가능성이 높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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