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르 “브라질 선수 판치는 K리그, 한국선수 키울 고민하라”

  • 동아일보

스페인 축구협회장 아들 비야르 씨의 한국사랑

“저는 김치를 좋아합니다. 한국 선수들의 지치지 않는 체력의 비결은 김치 아닌가요?”

앙헬 마리아 비야르 스페인축구협회장의 아들로, 스포츠 법학 변호사인 보르카 비야르 씨(36·스페인·사진)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부인 모니카 한 씨(31)는 한국 사람이다. 아버지의 조언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직위에서 일하다 만나 결혼했다.

스포츠 법학 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 그는 부부의 연을 맺어준 8개월간의 한국생활을 회상하며 “모든 거리가 붉게 물들었던 한일 월드컵을 잊을 수가 없다. 기쁨에 가득 찬 한국인들의 열광적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의 나라 사람답게 축구 이야기에 열변을 토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 축구는 단연 최고다. 많은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유럽 클럽은 최고의 선수들만을 데려간다.”

비야르 씨는 스페인과 한국 축구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페인 프로축구는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비야르 씨 같은 인물이 도움을 준다면 지동원(선덜랜드), 남태희(발랑시엔) 같은 유학파 축구선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야르 씨는 유소년 육성에 시간과 돈, 관심을 아끼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는 “협회 주도하에 꾸준히 유망주에게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것은 10년 이상 묵묵히 어린 선수들을 지원해 옥석을 가려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체계적인 준비를 한다면 한국의 월드컵 우승도 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리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K리그에서 브라질 선수를 많이 뽑는데 브라질 선수가 한국 선수보다 우수하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자국 선수를 우선시해야 한다. 자국 선수를 어떻게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축구가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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