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매출총량 규제… 한국체육시장 기반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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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관계자들은 아직도 승부 조작 파문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을 통한 합법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승부 조작은 잡아냈지만 점조직처럼 움직이면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승부 조작은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합법 사행산업에 대해서만 과도한 규제를 함으로써 오히려 불법 시장은 커지는 ‘풍선 효과’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더욱 가슴을 졸이고 있다.

사감위가 2009년부터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카지노, 스포츠토토 등 6가지 사행산업에 각각 적절한 매출을 유지하도록 매출 총량 규제를 하면서 인터넷 불법 사이트가 증가하는 등 불법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방송통신심의위원회백서·2011년 4월)가 나왔다. 사행성 시장의 과도한 성장을 막기 위해 합법 사행산업과 불법 도박 산업의 규모를 축소해 사회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는데 오히려 불법만 조장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170여억 원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묻어두다 걸린 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금도 어디선가 프로축구와 관련된 불법 베팅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며 언젠가 다시 승부 조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승부 조작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야구 농구 배구 관계자들도 지나친 규제가 불법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매출 총량 규제는 체육 재정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체육예산은 올해를 기준으로 19%가 국고에서 나오는 반면 나머지 81%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충당된다. 체육진흥기금의 74%는 스포츠토토에서 나온다.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스포츠토토에서 받는 기금의 정체로 축구 저변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스포츠토토 기금 170억 원을 초중고리그와 클럽리그, 학교스포츠 클럽 등에 투자해 왔다. 2009년 500여 개의 팀이 참가하던 초중고리그가 내년에는 700여 개 팀으로 늘어나는 등 투자금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총량 규제로 한정된 돈만 받게 돼 곤란한 처지가 됐다. 이는 다른 스포츠단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체육 전문가들은 사행산업의 총량 규제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스포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를 바라고 있다. 사감위가 근거로 제시한 2008년 종합계획 자료를 보면 비교연도 및 자료의 출처가 다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9개 중 일본 등 5개국을 제외했고, 총매출이 아닌 순매출로 비교했으며, 선진국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게이밍 머신의 매출을 제외하는 등 규제를 위한 작위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불합리한 측면만 바꿔도 체육 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사감위는 “총량 규제의 후퇴는 없다”면서도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최근 외부 용역을 맡기는 등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매출 총량을 확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나친 규제보다는 건전성을 확보하는 단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융통성 있는 관리를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사감위가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나 감독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다. 법규를 개정해 사감위가 합법적인 사행산업에 대한 이중, 삼중의 규제만 하기보다는 불법 도박을 단속할 수 있도록 해야 건전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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