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응원팀 승패 따라 흔들리는 야구팬의 일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7시 00분


한때 ‘바이오 리듬’이라는 것이 대유행을 했었다. 사람의 신체, 감정, 지성에 주기적인 변동의 조합이 존재하며 이 패턴의 조합으로 능력이나 활동효율에 차이가 있다는 것. 한동안은 바이오리듬이 오늘의 운세만큼이나 맹위를 떨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 바이오리듬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야구팬에게 있어서는 훨씬 더 강력한 존재가 있다. 바로 응원팀의 승패. 야구팬의 일상은 응원팀의 승패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우선 이긴 날을 보자. 그것도 짜릿한 역전승이라면 금상첨화. 같은 팀을 응원하는 가족, 친구들과 기쁨을 나눈 다음 각종 스포츠 뉴스와 야구 정보 프로그램을 차례로 섭렵한다. 어쩜 봐도봐도 이렇게 짜릿할까. 심지어 결과를 다 알고 있는데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된다. 그토록 어려운 타구를 잡아준 선수와 딱 필요한 순간에 시원하게 한방 날려준 선수와 살 떨리는 위기를 의연하게 막아준 마무리 투수. 두루 두루 고맙고 장하다. 밤이 이슥해지도록 각종 야구게시판을 기웃거리고,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상대팀의 홈페이지까지 방문해서 괜히 킥킥대며 즐거워한다. 내일 아침의 출근지옥도, 상사의 폭풍 잔소리도 두렵지 않다. 이 순간만은.

그렇다면 패배한 날은? 일단 전화를 끈다. 위로를 가장해서 놀리는 문자가 들어올 수 있으니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쳇, 그깟 공놀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달래보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억누르기는 역부족이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스포츠 뉴스나 야구관련 프로그램이 나오면 황급히 리모콘을 누르는데, 왠지 떨리는 내 팔도 다 이 못난 팀 때문인 것 같아 화가 치민다. 자려고 누웠지만 뭔가 허전하고 궁금해져 조용히 각종 야구 게시판과 야구기사들을 들여다본다. 아무리 못난 내 팀이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이 대놓고 비웃는 걸 보자니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다. 아아.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꿈에서조차 치고 막고 달리고 던지고 나니 몸은 천근만근, 동료의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도 반갑지 않은 다음날.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간이 되면 빛의 속도로 라인업을 확인하며 부디 오늘은 곱게 이겨서 나의 하루를 안녕히 마감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매일같이 기대와 환희와 절망과 우울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생활.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여전히 그렇게 살아갈 그들은, 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을 스스로 맡은 ‘야구팬’이다.

여성 열혈 야구팬 구율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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