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머신 모따 알면서” vs “곽태휘 불꽃헤딩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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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7시 00분


포항 조정길씨는 울산과의 PO에서 골 넣을 선수로 모따(왼쪽)를 지목했다. 울산 허진영씨는 골 넣는 수비수로 정평 난 곽태휘(오른쪽)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
포항 조정길씨는 울산과의 PO에서 골 넣을 선수로 모따(왼쪽)를 지목했다. 울산 허진영씨는 골 넣는 수비수로 정평 난 곽태휘(오른쪽)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
PO 앞둔 양팀 홍보담당 프런트 토크 배틀… “화력의 포항 승리” vs “울산 상승세 몰라?”

포항 홍보팀 조정길씨


포항 강점은 다양한 ‘득점루트’
울산 수비 강하지만 지쳤을 걸
서포터 응원전도 우리가 우세

울산 홍보팀 허진영씨

울산이 높이에서 월등히 앞서
단판승부는 체력보다 정신력
3만 관중 기록…들어나 봤나


24일 포항 시내 커피숍. 포항 스틸러스 홍보팀 조정길(30)씨와 울산 현대 홍보팀 허진영(28)씨가 마주 앉았다. 26일 스틸야드에서 벌어지는 포항-울산의 K리그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두 구단 홍보 담당자가 토크 배틀로 프리 매치를 벌였다. 울산 허진영 씨는 전날 수원 원정을 마치고 새벽에 울산으로 돌아와 거의 잠도 못 잤음에도 포항에 와 줬다. 조정길 씨는 포항 토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교 3학년 때까지 포항 홈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본 스틸러스 키즈 출신이다. 작년 4월 포항 사원으로 입사했다. 허진영 씨 역시 울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니고 울산 축구단 서포터 운영진까지 지낸 울산 사나이다. 2007년 3월부터 구단 프런트로 일하고 있다. 구단의 흥망성쇠와 역사를 꿰고 있는 두 직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과 울산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스포츠동아 윤태석 기자가 사회를 봤다.

포항 스틸러스 홍보팀 조정길 씨(왼쪽)와 울산 현대 홍보팀 허진영 씨가 팀 승리를 장담하는 토크 배틀을 끝낸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윤태석 기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포항 스틸러스 홍보팀 조정길 씨(왼쪽)와 울산 현대 홍보팀 허진영 씨가 팀 승리를 장담하는 토크 배틀을 끝낸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윤태석 기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 이래서 우리가 이긴다

조정길(이하 조): 2-0 포항 승리입니다. 모따와 고무열이 한 골씩 넣을 것 같은데요.
허진영(이하 허): 1-0으로 울산이 이깁니다. 곽태휘 결승골. 많은 골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1골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조: 울산이 수비는 강하죠. 6강PO와 준PO 보니 공수 밸런스가 리그 때보다 훨씬 좋아졌더라고요. 준비가 잘 됐고. 특히 공중 볼은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죠. 그러나 포항도 수비가 약한 편이 아니에요. 울산과 전남, 전북 빼고는 리그에서 실점이 가장 적어요. 미드필드와 공격은 슈퍼스타는 없어도 언제 어디서 득점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도 우리 장점이죠. 더구나 울산은 준PO 연장 승부로 피로하기 때문에….

허: 피로요? 단판 승부는 체력보다 정신력과 집중력이죠. 일반 사람이 자동차를 들기는 불가능해도 자기 아이가 깔려 있을 때 어머니는 차를 든다고 하잖아요?

조: 포항도 집중력과 승부욕은 뒤지지 않아요.

허: 포항의 장점은 스피드죠. 반대편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고. 하지만 아무래도 높이에서는 우리보다 열세죠. 그리고 최근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이호와 에스티벤이 버틴 미드필더 경기 운영은 우리도 만만치 않아요. 중원에서 밀린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요.

● 설기현 더비

설기현은 올 시즌 개막 직전 포항에서 울산으로 팀을 옮겼다. 큰 충격을 받은 포항 팬들은 4월23일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울산과 홈경기 때 설기현이 볼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이후 포항-울산전은 설기현 더비로 불리기도 한다.

허: 가까이에서 보면 설기현은 정말 존경스러운 선수에요.

조: 진짜 프로죠.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설기현이 우리 팀에 있을 때 포항 선수들도 얻은 게 참 많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도 좋고요.

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올 시즌 포항 원정 정말 불쾌했어요. 사실 우리 서포터는 울산에서 서울로 간 현영민이나 수원으로 간 오범석, 오장은이 와도 격려해주고 그러거든요. 포항 팬들이 설기현에게 인신공격성 야유할 때 제가 그거 다 동영상으로 찍어 놨다니까요.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혹시 자료로 쓰려고.

조: 우리도 포항에서 전북으로 간 이동국이나 박원재 와도 박수 쳐줘요. 설기현 같은 경우는 워낙 우리 팬들이 기대도 많이 했고 이동국 이후 처음 얻은 슈퍼스타인데 떠나는 과정에서 약간 매끄럽지 못해서 팬들이 더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참고로 저 개인적으로는 설기현 선수 정말 좋아해요. 오해는 말아주세요.

라이벌 의식

조: 포항 서포터는 울산 원정 때 전세버스 5대 정도는 가거든요. 그런데 울산 서포터는 포항 홈경기 때 많이 안 오더라고요. 지난 번(10월16일) 울산에서 경기할 때도 포항 원정 팬이 더 많았던 것 같고….

허: 그 때는 우리 서포터가 홈경기 장소 변경 문제로 보이콧 할 때였죠. 그리고 우리 홈경기 때 포항 원정 팬들이 더 많았던 건 울산 지역 내 기업이 포스코 계열사가 되는 바람에 우연히 그랬던 거죠.

조: 어쨌든 울산은 관중이 좀 적어서….

허: 무슨 소리에요. 기록을 찾아보고 말씀하세요. 올 시즌 정규리그 관중 상위 탑10에 울산 홈경기가 2경기나 들었어요.(확인결과 사실. 7위 3월6일 울산-대전 3만4758명, 10위 7월23일 울산-전남 3만2157명) 그 때 관중이 3만 명 넘게 왔어요. 3만 명이면 포항 홈구장은 다 들어가지도 못하잖아요. 우리 운동장이 포항보다 두 배 이상 큰 거는 생각 안 해요?(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정원은 4만7000명, 포항 스틸야드는 1만9000명)

조: 어쨌든 포항과 울산이 라이벌이긴 한데 최근 한 10년 정도는 라이벌 의식이나 스토리 같은 것들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저는 설기현의 이적이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을 타오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허: 울산과 포항도 서울-수원처럼 충분히 멋진 더비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축구발전을 위해서도 좋고요. 그러면 경기 내용도 더 좋아질 겁니다.

정리|윤태석 기자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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