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시월의 마지막 밤 ‘형님 리더십’ 찬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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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삼성감독 데뷔 첫해 한국시리즈 챔프
강봉규 솔로 한방 결승점… SK에 4승1패

“나는 한 것이 전혀 없다. 선배 네 분을 포함한 코치들이 선수들을 잘 지도했다. 그런 코치들이 있어 나는 행복한 감독이다.”

‘초보 사령탑’ 삼성 류중일 감독(48)이 행복하게 웃었다.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은 31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SK를 1-0으로 누르고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쳤다. 삼성은 0-0이던 4회 1사에서 강봉규가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강봉규는 경기 뒤 “1점만 뽑으면 우리 팀 마운드가 점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류 감독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삼성이 올 시즌 이렇게 화려한 성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고작해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합격점이라는 평가였다. 류 감독 스스로도 “처음 맡았을 때 4위 정도의 전력으로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삼성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비결은 뭘까. 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를 할수록 팀이 강해졌다. 투수 오승환 윤성환 정인욱, 타자 최형우 등 개막 전에 물음표를 달았던 많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코치들 덕분이다.”

정말 그랬을까.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크다. 성적이 나쁘다고 걸핏하면 감독을 바꾸는 잘못된 관행이 역설적으로 이를 입증한다. 삼성의 젊은 코치들은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진짜 큰형 같아요. 한두 경기 못했다고 주눅 들게 하지 않고 믿고 기다려 주죠.”

류 감독은 1987년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25년째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팀을, 선수들을 잘 안다. 그는 “감독이 된 후 사람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형님 리더십’이라는 말이 마음에 꼭 든다고 했다.

‘형님 리더십’은 초보를 초보답지 않게 만들었다. 그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전지훈련을 할 때만 해도 한국에 돌아가기 두려웠다”고 했지만 정작 시즌 초반부터 여유가 있어 보였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머뭇거리거나 돌려 얘기하지 않았다. 늘 농담을 할 정도로 자신 있었고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류 감독은 부임 첫해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005년 삼성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데뷔한 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연도 최다승(79승·133경기) 감독이 됐고, 승률(0.612)에서도 2005년의 선 감독(0.607)을 앞섰다.

한편 삼성은 포스트시즌 배당금과 우승 보험금, 그룹의 출연금 등을 합쳐 역대 최고 액수를 격려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우승 배당금에 시즌 전 가입한 한국시리즈 우승 보험(10억 원)과 격려금을 합치면 2005, 2006년에 지급했던 3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우승 직후 류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하며 그룹 차원의 관심을 보여줬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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