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 안나는 가을’ LG-두산팬 각 100명에 물어본 야구民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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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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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팬 “넥센으로 응원팀 바꾸고 싶은 심정”두산팬 “툭하면 역전패… 지더라도 두산답게”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지켜봤는데 내 20대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9년 동안 쫓아다닌 남자친구에게 희망 고문을 당하는 것 같다.”(20년 LG 팬으로 여자 야구 ‘떳다볼’ 2루수 김민희 씨(29))

“두산이 가을 야구를 쉬니 삶의 의욕이 없다. 사생활 문제 때문에 팀 분위기를 망친 일부 선수들이 원망스럽다. 가을 야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원년 OB 시절부터 베어스 팬이라는 40대 여성)


올해 가을 야구가 절정으로 향할수록 씁쓸한 이들이 있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와 2006년 이후 5년 만에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두산 팬들이다. 이들은 한국시리즈 5차전부터 LG와 두산의 홈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과 SK가 경기를 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나란히 신임 감독을 맞이한 LG, 두산 팬 200명(각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흉흉한 서울 야구 민심을 읽어봤다.

팬들의 절망감이 깊은 쪽은 LG였다. 올해 가장 먼저 30승 고지에 오르며 9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에 부풀었지만 추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허탈감은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김기태 신임 감독에 대한 팬들의 지지도는 49.2%에 불과했다. 36%는 ‘내년에도 가을 야구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MBC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인 30년 LG 골수팬 장규훈 씨(40)는 “김기태 감독이 싫은 게 아니라 구단에 순종적인 코치를 감독으로 올리는 관행이 잘못됐다. 김 감독이 프런트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내년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적이 나빠도 끝까지 열심히 뛰는 넥센으로 응원 팀을 바꾸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했다. 일부 LG 팬들은 실제로 김성근 전 감독의 영입 운동을 펼치며 프런트 개혁을 주장해 왔다.

두산의 팬심은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을 빼면 가을 야구 단골손님이었던 두산 팬들은 허슬두(Hustle Doo·몸을 아끼지 않는 두산 정신을 의미) 실종을 지적했다. 팬들은 “두산은 지난해까지 지고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했는데 올해는 역전승보다 역전패가 많았다. 지난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처럼 지더라도 두산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에도 김진욱 신임 감독에 대한 지지도는 75.8%로 높았다. 88%의 팬이 내년 가을 야구 복귀를 낙관했다. 36%는 정규시즌 우승까지 기대했다. 두산 골수팬 김정기 씨(33)는 “외국인 투수 니퍼트와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정재훈 등을 잡아야 한다. 투수코치였던 김 감독이 유능한 인재를 키운다면 4강은 문제없다. 제2의 김경문의 냄새가 난다”고 기대했다.

두산과 LG 팬들은 신임 감독들에게 불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승환(38명) 권혁(16명) 안지만(16명·이상 삼성), 류현진(18명·한화) 박희수(8명·SK) 같은 투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릭스 이승엽(22명)과 박찬호(10명), 지바 롯데 김태균(8명) 등 일본파 영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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