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삼성맨’ vs SK ‘삼성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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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이만수 감독 오늘 대구서 KS 1차전
매티스-고효준 선발 대결

어쩌면 두 남자는 지금도 삼성에 함께 몸담았을지 모른다. 둘 다 대구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삼성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당대 최고였다. ‘대구 야구의 적자(嫡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끝까지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다. 지도자로서의 길은 엇갈렸다. 선배는 떠났고 후배는 남았다. 그리고 2011년 가을, 둘은 적장으로 만났다. ‘대구 사나이들’이 대구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 류중일 감독(48)과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의 이만수 감독대행(53)은 24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출사표를 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선후배답게 서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둘은 한국시리즈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승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투표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던 이 대행이 삼성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구중-대구상고(현 상원고)를 나온 그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성에 입단해 통산 타율 0.296, 252홈런, 861타점을 기록했다. 1984년 타율 0.340, 23홈런, 80타점으로 최초의 타격 크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세 차례나 홈런왕에 등극하며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폼을 입었고 지난해까지 선수와 코치로 자리를 지켰다. 삼성은 대구 출신이 아닌 감독들을 영입해 염원이던 우승에 성공했지만 대구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원했다. 삼성이 류 감독을 선택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삼성과 SK는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2년 연속 챔피언을 놓고 대결한다. 지난해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사령탑부터 바뀌었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나고 이 대행이 자리를 잡았다. 삼성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은 선동열 감독을 물러나게 하고 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 상황도 바뀌었다. SK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우승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삼성을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 올해는 역전됐다. 삼성은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마지막 가을잔치를 준비해 왔다. 정규시즌 3위 SK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삼성의 우세를 예상하는 이유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마친 뒤 “대구 팬 절반은 나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던 이 대행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그건 농담이었다. 당연히 대구 팬들은 삼성을 응원하겠지만 우리 팀도 많이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며 물러섰다. 류 감독은 “여기까지 오시느라 이 감독님이 고생 많이 하셨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참패한 빚을 갚을 기회가 와서 고맙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례적으로 3차전 선발까지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차전 매티스, 2차전 장원삼, 3차전 저마노다. SK 이 대행은 고효준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적장이 된 이 대행이 대구에서 웃을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1차전은 25일 오후 6시에 열린다.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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