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삼성 서진정책, ‘헐크’ 이만수 유니폼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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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7시 00분


24일 오후 대구 시민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2011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SK 이만수 감독 대행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대구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4일 오후 대구 시민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2011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SK 이만수 감독 대행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대구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이만수, 삼성과의 악연…왜?

삼성, 우승 위해 해태 출신 대거수혈 갈등 출발점
이만수 결국 은퇴…연수비 갈등에 자비 미국연수
2003년 코치직 협상…선동열 코치 임명에 골 깊어져


SK 이만수(53) 감독대행은 24일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태어나기는 강원도 철원에서 났지만 군인이시던 아버님을 따라다니다 보니 초등학교 때야 대구에 정착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 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 직후 “대구팬 절반 이상이 나를 응원해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일종의 해명이었다. 이 대행은 과거에도 틈 날 때마다 “내 몸에는 삼성의 푸른 피가 흐른다”며 고향팀 복귀에 대한 의지를 되뇌곤 했다. 그러나 삼성과 이 대행은 인연과 더불어 악연의 실타래에 휘감겨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 대행이 은퇴 후 1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얄궂게도 적장으로 고향팀, 고향팬들과 싸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만수를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했던 대구구장

이만수는 삼성이 낳은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다. 대구중∼대구상고(현 상원고)∼한양대를 거쳐 1982년 프로 원년 멤버로 사자 유니폼을 입었다. ‘헐크’라는 애칭으로 한 시절을 풍미한 그는 화끈한 홈런포에 걸맞은 화려한 쇼맨십과 직선적 언행으로 대구·경북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은퇴 시즌이던 1997년 그가 대타로만 등장해도 대구 관중은 열광했다. 벤치에 앉아있는 그를 관중이 연호하면 감독이 마지못해 경기 후반 대타로 내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결별로 이어진 은퇴

그러나 일심동체처럼 보이던 삼성과 이만수의 관계는 1997년 시즌을 기점으로 틀어졌다. 초호화 멤버로도 번번이 KS 문턱에서 주저앉곤 했던 삼성은 이 무렵 강력한 ‘서진정책’을 구사했다. 우승 노하우가 몸에 밴 해태 출신을 대거 코칭스태프와 선수로 수혈하면서 이만수를 비롯한 TK(대구·경북) 출신 스타들의 유니폼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만수의 은퇴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선수생활 지속을 고집하던 이만수와 삼성은 갈등했다. 어렵사리 은퇴에 합의한 뒤에는 미국연수비용의 부담액을 놓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다. 당시 삼성 프런트에서 일한 A는 24일 “본인 주장액과 구단 책정액 사이에 차이가 컸다. 결국 이만수 감독(대행)은 구단에서 준 연수비용을 거부하고 자비로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회고했다.

○굳게 닫혀버린 복귀의 꿈

이만수와 삼성의 끈은 2003년 말 극적으로 다시 이어질 뻔했다. 김응룡 감독의 지휘 아래 2002년 숙원이던 KS 우승을 달성한 뒤 삼성은 태평양 건너 전직 삼성맨에게 화해의 손길을 뻗쳤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불펜코치로 일하던 이만수에게 코치직을 제의했다. 그러나 성사 직전까지 갔던 이 제안은 삼성이 돌연 협상 테이블을 접으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A는 당시 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김응룡 감독님이 이만수 감독에게 모두 3차례 코치를 제안했다. 그 마지막이 2003년이다. 2003년 제의가 틀어진 이유는 선동열 감독이 갑자기 수석코치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만수는 당시 “삼성에서 두 번 버림받는 느낌”이라며 적잖이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 와중에 양측 사이에는 계약조건에 대한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면서 봉합하기 힘든 골이 생겼다. 삼성의 전현직 프런트 임직원들에게도 ‘삼성을 욕보였다’는 인식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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