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구읽기] 롯데, 송승준을 더 끌고 갔어야 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7시 00분


홈런 맞았지만 구위 씽씽… 조기강판 패착
구위 회복안된 SK 김광현 선발카드도 실패
SK 불펜 피로 가중… KS선 운용 변화 절실


롯데는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플레이오프(PO)를 SK에 내주고 말았다. 역시 SK 불펜은 강했다. PO 5차전에서 SK와 롯데의 명암은 5회에 극명하게 갈렸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은 틈 하나가 SK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 패착이 돼버린 송승준의 조기 강판

롯데로선 5회초 2사 후 송승준의 이른 교체가 결정적 패착이었다. 이후의 투수 교체까지 모조리 꼬일 수밖에 없었다. 송승준이 비록 4회초 박정권에게 역전 2점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구위로나, 상황으로나 전혀 바꿀 타이밍이 아니었다.

정근우까지는 송승준으로 끌고 가고, 이후 흐름에 따라 장원준의 투입을 검토해볼 수 있었다. 송승준은 2차전 선발 등판 때는 포크볼을 집중적으로 던졌는데 5차전에선 직구를 많이 구사했다. 1∼2회 직구, 3회 포크볼, 4회 다시 직구 위주의 볼 배합으로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거의 빼앗았다. 외야로 가는 타구가 뜸할 정도로 잘 맞은 타구도 드물었다.

여러 측면에서 송승준이 6∼7회 정도까지 마운드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오늘 송승준의 투구에서 딱 하나 아쉬운 대목은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을 때였다. 4차전까지 롯데 투수들은 박정권을 상대하면서 주로 바깥쪽 변화구로 유인했다. 송승준이 몸쪽 직구를 던지려다 홈런을 맞았는데 결국 위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실투로 보긴 어렵다. 박정권이 워낙 잘 쳤다.

김광현 선발을 어떻게 봐야 할까

SK의 5차전 김광현 선발카드 또한 패착이나 다름없는 무리수였다. (22일) 비로 하루를 쉬었던 만큼 고든을 PO 5차전 선발로 내고, 김광현은 KS 1차전 선발로 미루는 편이 순리였다. 왜 김광현을 5차전 선발로 고집했는지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롯데 타자들의 타구가 범타에 그치고, 그나마 2회말 무사 1루서 고든을 재빨리 투입해 위기를 넘겨서 다행이었지, 게임 자체를 그르칠 뻔했다. 결과적으로 에이스의 기를 죽인 꼴이 됐고, KS에서 김광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부담을 떠안게 됐다.

● KS에서 불펜 밀리면 끝장

SK는 천신만고 끝에 KS에 올랐지만 마운드에선 확실히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SK 입장에선 KS 역시 불펜에서 삼성한테 밀리면 안 된다. 박희수는 부담 때문인지 게임이 거듭될수록 내용이 좋지 못하다. 팔도 많이 떨어지고, 주무기 체인지업(투심패스트볼)의 각도 작아졌다.

오늘도 체인지업을 많이 맞았다. 결국 준PO와 PO를 거치면서 피로도가 쌓였다는 얘기다. 정대현도 슬라이더가 좋지 않았다. 역시 피로한 모습이다. KS에선 고효준과 이승호처럼 그동안 잘 쓰지 않은 투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선 삼성한테 힘들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