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폭격기’선동열 감독, 16년만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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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폭격기'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속 150km 강속구와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제압하던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삼성 감독(48)이 18일 친정팀 KIA의 제7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1995년까지 해태(현 KIA) 선수로 뛴 뒤 16년 만의 복귀다.

선 감독은 "오랜만에 호랑이 유니폼을 입게 돼 설레고 기쁘다. 한편으로 고향 팀을 최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6번이나 우승했던 해태처럼 근성의 팀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선 감독이 생각하는 KIA의 모습은 '이기고 지고를 떠나 9회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갖춘 팀'이었다. 그는 "투수진 전원은 올해 마무리 훈련부터 '악' 소리 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전지훈련까지 선발에 비해 취약한 불펜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거였다. 공격력의 경우 중심 타선은 좋지만 작전 수행 능력과 집중력을 보완할 생각이다. 그는 "선수들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겠다. 훈련 틈틈이 선수들과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교감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21일 오후 2시 광주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KIA 관계자는 계약 조건에 대해 "아직 최종 사인은 하지 않았지만 3년 계약에 삼성 감독 시절 연봉(3억800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 감독과 함께 할 수석코치는 이순철 전 LG 감독으로 결정됐다. 둘은 해태의 전성기 시절 멤버이자 오랜 친구로 팀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

전임 조범현 감독은 임기를 1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12일 SK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뒤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 조 감독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지만 지난해 5위에 머물렀고 올해도 4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선 감독은 최근 별세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과 함께 1980년대 영호남을 대표하는 불세출의 투수였다. 해태 시절 11시즌 동안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 1.20을 기록했다. 다승왕 4회, 탈삼진왕 5회, 0점대 평균자책 3회 등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1996년부터 4년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철벽 마무리투수로 98세이브(10승 4패, 평균자책 2.70)를 거두며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다. 2004년 삼성 수석코치를 맡은 이듬해 감독을 맡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다섯 번이나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선발-불펜-마무리투수를 분업화한 '지키는 야구'로 성공신화를 썼다. 2009년 시즌 도중 삼성과 5년 재계약을 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문 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선 감독은 한화 한대화, 두산 김진욱 감독에 이어 친정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 그에게 내년 시즌 목표를 묻자 "당연히 해태 시절을 포함한 KIA의 11번째 우승"이라고 했다. 6년간 사령탑을 맡았던 삼성과 내년에 경쟁 팀으로 만나는 것에 대해선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웃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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