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안나푸르나 남벽 개척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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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도에 이르는 가파른 직벽에 매달려 잠을 잔다. 언제 산사태가 날지 모르는 극한의 공포가 밀려온다. 정상 정복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100시간. 이후엔 다시 눈보라가 칠지 모른다. 험하기로 악명 높은 안나푸르나(해발 8091m) 남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고 있는 산악인 박영석 대장(48·골드윈코리아) 얘기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에베레스트(8850m) 남서벽, 로체(8516m) 남벽과 더불어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힌다. 해발 4200m 지점의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가 3891m에 이르는 거벽이다. 7000m 부근에서 시작되는 600m 구간은 세계 최고의 암벽 전문가들에게도 성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직벽 구간을 모두 통과해 안나푸르나에 오르면 세계 최초가 된다.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했던 박 대장은 지난해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했지만 기상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대장은 9월 19일 출국해 히말라야 아일랜드 피크 등지에서 고산 훈련을 마쳤다. 네팔 최대 명절인 '다사이' 흰두 축제 기간 때문에 12일에야 전진 베이스캠프(5100m)를 구축했다. 원래 안나푸르나 남벽 베이스캠프는 4200m에 있지만 알파인 스타일 등정을 위해 좀 더 공격적인 위치에 캠프를 만들었다. 전진캠프를 떠나면 산소통도 짐꾼도 쉴 수 있는 캠프도 더 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박영석 대장, 신동민, 강기석 대원은 18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7시) 남벽 공격을 시작해 남벽 6500m 지점까지 올랐다. 영하 20도, 시속 50km의 칼바람을 견디며 비박을 하면서 21일 등정을 목표로 전진할 예정이다. 안나푸르나 남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성공한다면 박대장은 북면으로 하산해 세계 최초의 횡단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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