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타격 7관왕 이대호, 10년전엔 ‘필승 불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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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7시 00분


2000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 우승 추억

2000년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주역들인 이대호(롯데·사진), 추신수(클리블랜드), 정근우(SK), 김태균(지바롯데) 등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뭉쳤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2000년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주역들인 이대호(롯데·사진), 추신수(클리블랜드), 정근우(SK), 김태균(지바롯데) 등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뭉쳤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결승서 4.1이닝 호투 맹활약…타율도 5할
추신수도 투타 펄펄…김태균 연일 타타타
주장 맡았던 정근우 “팀 분위기 정말 최고”
우승주역 4인방, AG서 금 영광 재현 나서


광저우아시안게임(AG) 야구국가대표의 주축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렸던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우승 주역들이다. 부산고 추신수(클리블랜드)와 정근우(SK), 경남고 이대호(롯데), 천안북일고 김태균(지바 롯데) 등 1982년생 동갑내기 우승멤버들은 이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기둥으로 성장했다. 10년 전, ‘에드먼턴 키즈’들의 영광의 순간으로 되돌아가 본다.

○아련한 10년 전의 추억

추신수는 27일 “나중에 메이저리그에서 보니까 (제레미) 본더먼 등이 그 때 미국 대표로 뛰었다며 내게 먼저 다가와 아는 척을 하더라”면서 “청소년 대회 우승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정근우는 “그 때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최고였다”고 했고, 이대호 역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큰 경기였다.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사령탑은 고인이 된 조성옥 감독이었다. 8월 열린 대회를 앞두고 이대호, 김태균 등이 일찌감치 프로와 계약에 성공했고, 추신수는 에드먼턴 대회 도중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계약했다. 나중에 고려대에 진학했던 정근우는 “나만 빼고 그 때 우리 멤버들 몸값이 엄청났다”고 했다. 이정호(현 넥센)가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5억7000만원을 받고 삼성 입단을 확정하는 등 선수 면면이 어느 대표팀보다 화려했다.

○4승 1패로 8강 진출

이대호와 추신수는 고교시절 투수를 겸하며 빼어난 타격실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8월 5일(현지시간) 열린 예선 첫 상대는 남아공(7-0 승). 선발 투수로 나선 추신수는 1.1이닝 무실점으로 컨디션을 체크했고, 클린업 트리오는 3번 추신수(투수→중견수)∼4번 이대호(3루수→투수)∼5번 김태균(1루수)으로 구성됐다. 이대호 역시 네 번째 투수로 1이닝을 던지며 무실점 2삼진을 기록했다. 톱타자는 정근우였다.

2차전 캐나다전에서 5-5 동점이던 8회 결승점을 내주고 5-6, 1점차로 석패했다. 3차전 네덜란드전은 이대호가 홈런 2개, 김태균이 단타 1개, 2루타 1개, 3루타 1개 등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12-2,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4차전은 상대는 나중에 결승에서 다시 만난 미국이었다. 김주철(성남고)이 5.1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추신수가 나머지 3.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6-2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5차전에서 중국을 13-2, 7회 콜드게임으로 두들겼다.

○멕시코, 호주 따돌리고 결승행

8강전 영웅은 김태균이었다. 김태균은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2-3으로 뒤진 5회 좌월 3점 홈런으로 한국의 재역전을 이끈 뒤 7회에는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중월 쐐기 2점포를 터뜨렸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추신수는 6.1이닝 무실점으로 대회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무려 11개의 삼진을 잡았다. 준결승 상대는 호주였고, 멕시코전과 마찬가지로 7-3 승리였다. 준결승전 히어로는 이대호였다. 4번으로 나선 이대호는 2회 좌월 2루타를 때린 뒤 1-2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왼쪽 펜스를 넘기는 1점 아치를 뿜었다. 이대호의 홈런은 침묵하던 타선의 기폭제가 됐고 한국은 4회와 5회 각각 3점을 뽑았다. 선발 이정호가 8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추신수는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매조지했다.

○13회 연장승부 끝 짜릿한 우승

정근우가 2번, 김태균이 3번, 이대호가 4번으로 나선 가운데 피말리는 접전이 이어졌다. 6-6 동점에서 연장에 접어들었고, 11회초 한국은 상대 투수의 폭투로 1점을 뽑았지만 곧이어 다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연장 13회, 박명옥(속초상고)이 2루수 글러브를 맞고 흐르는 천금같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한국은 결국 9-7,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두 번째 투수로 투입돼 2이닝을 던졌던 추신수는 연장 11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2.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대호가 털어 놓은 뒷얘기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추신수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등판, 4.1이닝을 던져 결승전 승리의 주춧돌을 깔았던 이대호는 “조 감독님께서 같은 부산에 계셔 내가 투수로 뛴다는 걸 알고 계셨다. 1차전 남아공전에서 1이닝을 던지고 나니까, 감독님께서 내게 ‘널 히든카드로 쓰겠다’고 하셨다”면서 “그래서 별로 안 던지다 결승전에서 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회 타율이 얼마였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5할”이라고 정확히 기억해 낸 그는 “결승전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나는 갑자기 도핑테스트 명단에 포함돼 끌려갔다. 갔다 와 보니까 시상식을 하고 있더라”며 “우승 뒷풀이의 짜릿한 순간을 전혀 느끼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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