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양의지의 야구스토리] 아버지의 헌신…내가 설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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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7시 00분


달콤한 입맞춤! 역대 세 번째이자 11년 만에 탄생한 포수 신인왕. 프로 입단 후 5년간 절치부심한 노력의 결과물은 이렇게 달콤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부모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양의지. 신인왕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그의 표정에 감회가 서려 있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달콤한 입맞춤! 역대 세 번째이자 11년 만에 탄생한 포수 신인왕. 프로 입단 후 5년간 절치부심한 노력의 결과물은 이렇게 달콤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부모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양의지. 신인왕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그의 표정에 감회가 서려 있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중학교때 아버지 사업실패로 힘든 나날
“의지 뛸 수만 있다면…” 물심양면 지원


낮은 지명순위…대학-프로 놓고 고민
4년간 2군서 흘린 땀방울 마침내 결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말 좀 꼭 써주세요.”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거머쥔 두산 양의지(23)는 수상소감에 그만 김경문 감독을 빼놓고 말았다. 검증도 안된 신인을 올해 1군 안방마님으로 기용해준 김 감독에게 가장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시상대에 선 순간 백지상태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24년 동안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 얼굴만이 가득했다.

양의지는 2006년 2차 8번(전체 59위)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중고신인이다. 지명순위도 낮았고 프로에 들어간다고 해도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다.‘그냥 대학에 진학할까?’스스로 “대학과 프로를 두고 결정해야 했던 그 시기가 야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그의 최종선택은 프로무대였다. “네가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힘을 낸다”던 아버지의 말이 귓전에 맴돌아서다.

아버지 양재출(50) 씨는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했을 당시 사업 실패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살던 집도 내주고 이사할 정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만 큰아들에게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가세가 기울며 빠듯해진 살림에도 운동을 하는 아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야구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하는 것도 양 씨의 몫이었다.

양의지도 계약금을 받아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역시 녹록치 않았다. 홍성흔 등 주전포수들이 즐비했던 1군은 물론, 심지어 2군마저도 설 곳이 없었다. 광주 출신 동기였던 나승현(롯데), 강정호(넥센)가 프로에서 두각을 드러낼 때 경기조차 나서지 못하는 현실에 속이 쓰렸다.

양의지는 결국 2008년 경찰청으로 입대했다.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어차피 군대도 다녀와야 하는 것이니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당시 배터리를 이뤘던 손승락(넥센)과 함께 TV로 중계되는 MVP와 신인왕 시상식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 저 무대에 상 받으러 가자”고 굳게 약속했다.

양의지는 2010년 세웠던 목표를 모두 이뤘다. 1군 주전을 꿰찼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학수고대하던 시상식에도 손승락(세이브왕)과 함께 초대됐다. 그것도 신인왕으로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블로킹이나 도루저지나 부족한 면이 많다. 내년에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가 되겠다는 ‘꿈’을 향한 본격적인 항해는 지금부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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