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강귀태 “기록파괴자? 기록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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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7시 00분


“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종잡기 힘든 8월 날씨였어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예고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요. 짚신장사와 나막신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걱정, 저 걱정 하느라 잠을 잘 수 없어요. 프로야구에도 날씨만큼이나 변덕 심한 롤러코스터가 돌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퍼펙트 깨는 안방마님 강귀태, 류현진 QS행진도 날렸어요. 그가 이번엔 역사를 만들어요. 이용규 상대 20구 최다투구新. 공 받다 어깨 빠질 뻔 했대요

○기록파괴자? 기록제조기? 강귀태의 정체는?


때로는 기록파괴자로, 때로는 기록도우미로. 넥센 포수 강귀태 얘기에요. 26일 목동 한화전이었어요. 퀄리티스타트 기록 세우던 류현진. 강귀태의 홈런 한 방에 무너졌어요.

이번만이 아니에요. 2007년에는 두산 리오스 퍼펙트 행진 9회에 깼어요. 본인 얘기로는 또 있대요. 2008년에는 삼성 윤성환 퍼펙트 행진 6회 1사에 중단시켰어요. 2009년에는 한화 안영명 노히트노런 5회 2사후에 날려버렸어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한 건씩이에요.

하지만 29일 광주 KIA전에서 ‘역대 한타자 상대 최다투구수’ 기록이 나올 때는 안방에 앉아 역사의 현장을 지켰어요. 넥센 투수 박준수랑 KIA 이용규가 20구 승부까지 갔어요.

강귀태 말로는 “이제 (파울말고)앞으로 좀 치라”고 했는데도 계속 파울이 나왔대요. “어깨 빠질 뻔했다”는 박준수 만큼이나 강귀태도 힘이 들어요. “투수가 20구 던졌으면 나도 (투수에게) 20구 던진 것”이래요.

매번 볼배합 계산하려니 머리도 깨질 지경.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나중에는 박준수의 가장 좋은 공인 슬라이더만 요구해버렸대요. ‘한타자 상대 최다투구수’ 기록 도우미도 이번뿐만이 아니에요. 종전기록은 2008년 히어로즈 장원삼과 두산 정원석의 17구 승부.

강귀태가 그래요. “그 때도 결과는 아웃이었고, 포수는 나였다고”고요. 그 경험 덕에 이번에도 기나 긴 싸움의 승자가 될 수 있었나 봐요. 아무튼 기구한 운명이에요.
모처럼 1군 온 삼성 현재윤 31일만에 대포를 쐈어요. 어, 홈런인형을 들고 가버려요. 관중대신 선물한 사람은 양준혁 선배의 금쪽조언 보답이라네요.
○퀄리티스타트(QS)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한화 류현진의 시즌 연속경기 QS기록이 ‘23’에서 멎었어요.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7회 강귀태에게 홈런을 맞는 순간, 전 경기 QS의 꿈이 날아간 거죠.

바로 그날, 뜬금없이 광주구장에서는 QS 논쟁이 붙었어요. ‘7이닝 4자책점이어도 6이닝까지 3자책점을 해낸 뒤라면 조건을 충족시킨 것 아니냐’는 신(新) 학설이 제기된 것이죠.

이 발언의 진원지는 그날 광주경기 중계를 맡은 해설위원이라고 해요. 말이란 게 그렇잖아요. 자꾸 듣다 보면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하고. 중계에서 이런 요지의 발언을 꺼내니 방송을 듣고 귀가 솔깃해진 KIA 직원이 기자실에 ‘검증’을 요청했어요.

‘그러면 7회에 100점 줘도 QS냐?’라는 반론 한마디로 상황은 쉽게 정리됐어요. 그러나 정작 장본인 해설자는 다른 사람 얘기 듣고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요. 방송 이후에도 “내가 다른 데서 알아봤는데 내 말이 옳다”고 주장했어요.

그 분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류현진의 QS 기록이 이어지고 있나 봐요. 다음 등판 때 마이크 잡고 혼자 “류현진 25연속 QS에 도전한다”고 말해버릴지 몰라요.

○구대성의 은퇴식 날짜가 바뀐 이유

한화의 ‘대성불패’ 구대성의 은퇴식 날짜가 바뀌었어요. 원래 2일이었는데 3일로 미뤄진 거죠. 이미 2일 표를 예매했던 팬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한화도 어쩔 수 없었어요. 경기 전에 은퇴식만 치르고 마는 것보다는, 구대성이 마지막으로 대전구장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거든요.

2일은 바로 에이스 류현진의 등판일이에요. 남은 네 경기에서 네 번 다 이기면 20승을 달성할 수 있으니, 팀도 승패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요. 자칫 승부가 박빙으로 흐르면 구대성이 등판 기회를 못 잡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류현진 앞에 구대성을 내보내기에는, 한화에게 안타까운 기억이 있어요. 지난해 ‘전설’ 송진우의 은퇴 경기 말이죠. 송진우가 나와 한 타자를 상대한 뒤 류현진이 마운드를 물려받았어요. 이글스 큰 형님과 새로운 기둥의 아름다운 바통 터치. 하지만 이후 류현진이 연속 퀄리티스타트(QS) 행진을 이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됐어요. 엄연히 ‘선발’ 등판이 아니니 기록에서 빠졌거든요.

어떻게든 구대성에게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주고 싶은 한화로서는 날짜를 3일로 바꾸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 어쨌든 구대성이 던지는 마지막 공을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축복일지 몰라요.

○현재윤은 홈런기념 사자인형을 어디로 들고 갔을까?

삼성 현재윤은 오랫동안 2군생활을 하다 진갑용 이정식 등 포수 2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면서 17일에 모처럼 1군에 올라왔어요. 그리고 26일 대구 두산전에서 4-2로 쫓기던 4회말 상대선발 홍상삼을 상대로 값진 좌월 2점홈런까지 뽑아냈어요.

지난해 6월 21일 잠실 LG전에서 심수창 상대로 홈런을 기록한 뒤 무려 431일만에 홈런포. 2002년 데뷔 후 개인통산 10번째 홈런이었으니 개인적으로도 잊지 못할 날이었어요.

그런데 현재윤의 행동이 독특했어요. 보통 선수들은 홈런기념으로 받은 사자인형을 관중석에 던져 선물하는데, 현재윤은 덕아웃 안으로 들고 들어가버렸어요. 관중석에서는 야박한 현재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고, 관계자들은 “너무 오랜만에 홈런 쳐서 인형은 팬들에게 던져주는 건지 모르는 것 아니냐”, “인형 경매 붙여 돈 벌려고 하나?”라는 우스갯소리도 터져나왔어요.

알고 보니 그 인형을 받은 주인공은 양준혁이었요. 은퇴선언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덕아웃 뒤편에 있던 양준혁도 느닷없는 인형 선물공세에 깜짝 놀란 표정.

“양준혁 선배님 조언 덕분에 홈런 쳤습니다”며 넙죽 절하는 현재윤을 본 양준혁은 그제야 “허허허허” 특유의 옆집 아저씨 같은 넉넉한 웃음 터뜨렸대요. 덩치가 산만한 ‘양신’이 앙증맞은 인형을 안고 좋아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웃겨요.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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