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김선우 “스피드 버리니 승리가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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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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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가 달라졌다 어떻게?

두산 김선우. [스포츠동아 DB]
두산 김선우. [스포츠동아 DB]
“2년간 실컷 두들겨 맞다보니 고집 꺾여”
빠른 직구 보다 제구력·수싸움에 올인

“피하는 것도 전략” 후배 임태훈에 조언
개인최다 12승…두산 마운드 맏형 우뚝
두산 김선우(33)가 달라졌다. 요즘 ‘지난해와 달라진 게 뭔가’라는 것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정도다. 단순히 승(12승·개인최다승)을 많이 올려서가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나 덕아웃에서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김선우는 “그동안 고집해왔던 내 스타일을 버렸더니 다른 게 보이더라”며 웃었다.

○윽박지르는 스타일→제구력 위주의 승부로

이전까지만 해도 김선우 하면 ‘빠른 직구’였다. 하지만 올해는 투심패스트볼이 먼저 떠오른다.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떨어지는 볼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번번이 허공을 가른다. 맞아도 땅볼이 되기 일쑤다. 김선우는 “그동안 힘으로만 윽박지르는 스타일이었다면 올해는 최대한 편하게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목스냅을 이용해 코너워크와 공의 무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시즌 변화를 준 가장 큰 이유는 상대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난 주위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동안 실컷 두들겨 맞으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고 내 고집만 부려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질이 단조로워서 상대 타자들에게 수를 읽혔다”며 “하지만 올해는 완급조절을 한다. 어떤 공을 던질지 타자들이 예측할 수 없으니까 수싸움에서도 이기는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참으로서 책임감


김선우는 투수조 맏형이다. 지난해 11승을 올리며 임태훈과 함께 팀 최다승투수가 됐지만 시즌이 끝난 후 그는 고개를 숙였다. 성적을 내야만 고참선수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김선우는 “그동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하지만 올해는 팀을 위해,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례로 얼마 전 김선우는 후배 임태훈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는 “(임)태훈이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태훈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나 역시 직구에 자신이 있었고 정면승부만 고집했지만 선발이라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갈 줄도 알아야한다’는 생각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선우의 한 마디가 임태훈을 바꿨다. 그가 말한 선배로서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다.

김 감독 역시 “고참으로서 책임감이 달라진 것 같다. 팀을 생각하고 후배를 다독이다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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