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부는 여풍(女風)<상>]관중 41%가 여성…응원 재미에 ‘여심’이 눈 떴다

동아닷컴 입력 2010-08-13 07:00수정 2010-08-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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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 위 ‘여인천하’ 프로야구는 대표적인 남성스포츠로 출발했지만 젊은 여성 팬이 늘어나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잠실구장에서 여성 관중들이 덕아웃 위에서 선수들을 촬영하며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 여성팬 야구장 VIP

SK 집계 결과 주말 지정석은 여성관중 46.5%

응답자 40% 4인 이상 방문…흥행 기폭제 부각▶ 열정적 응원이 좋다!

야구장 찾는 이유 ‘응원분위기 때문’ 30%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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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 성적 때문’ 0.9%…승패 보다 즐기는 문화최근 야구장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야구장을 찾는 대부분의 팬은 남성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오빠부대’가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여성팬이 관중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야구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팬의 증가는 곧바로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구단들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왜 야구장을 찾는 것일까, 그리고 여성은 야구장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사단법인 한국스포츠산업진흥협회에서 발행하는 스포츠마케팅 전문잡지 ‘스포츠 비즈니스’ 2009년 여름호와 2010년 여름호는 여성관중의 성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테마베이스볼’은 이를 토대로 ‘야구장에 부는 여풍’의 실체와 프로구단 마케팅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2회에 걸쳐 싣는다.

○SK의 남녀관중 성비 분석 “여성관중이 40%”

SK가 지난 2일 발표한 문학 홈경기 입장관중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중의 성비 분석자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조사는 단순히 전체 관중을 대상으로 남녀 관중수만 집계하는 일차적인 분류법이었다. 그러나 최초로 프로구단이 자체적으로 남녀성별 비율을 조사해 새로운 마케팅의 지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SK는 5월 29∼30일 롯데전, 6월 19∼20일 KIA전, 7월 7∼8일 삼성전 등 문학구장에서 열린 홈 6경기를 통해 평균 여성관중이 전체 관중의 40.9%에 이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동안 눈대중으로 ‘확실히 여성관중이 많이 늘었다’는 식의 어림짐작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SK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8만3631명 중 남성관중은 4만9457명(59.1%), 여성 관중은 3만4174명(40.9%)으로 집계됐다. 또한 여성 관중은 평일(35.3%)보다는 주말(41.5%)에 비중이 높았고, 주말 지정석은 여성관중 비율이 4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팬 야구장 찾는 이유는 ‘야구장 분위기’때문

‘스포츠 비즈니스’ 2009년 여름호는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여성팬이 선호하는 문화산업과 야구장에 대한 인식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 20대 여성인구를 주요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사지역은 20대 여성인구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서울의 명동, 신촌, 코엑스, 강남역 등이었으며, 유효표본수는 613명으로 야구장 방문경험이 있는 여성(237명)과 방문경험이 없는 여성(376명)을 2개집단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설문항목은 야구에 대한 관심도, 경기관람 의사, 경기관련 정보탐색, 경기관람 구매형태, 경기장 시설 만족도 등으로 구성됐다.

각 팀의 간판선수들은 이제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KIA 이용규의 여성팬들이 ‘결혼하자’는 재치 있는 문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이 중 야구 관람 경험이 있는 여성 중 ‘야구를 관람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29.6%가 ‘응원 및 분위기’ 때문에 야구장을 찾는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여가선용 수단’이 20.2%, ‘야구경기 자체의 재미’가 15.0%로 뒤를 이었다.

한양대 김종 교수가 2002년 같은 조사를 했을 때는 남성비율이 72.1%였는데, 당시에는 ‘양팀의 순위’와 ‘날씨’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8년이 흐른 지금은 경기장 분위기와 여가선용의 수단으로 야구장을 찾는다는 응답이 절반에 육박했다. 스트레스 해소(12.9%), 특정팀, 특정선수 등이 뒤를 이었다. 홈팀의 성적은 0.9%에 불과해 여성팬들은 승패보다는 즐기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야구장 방문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 376명에게 ‘야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 결과 ‘열정적인 응원 분위기’라는 답변이 54.5%에 이르렀다. 그리고 ‘야구장에 가보지 않았지만 TV로는 야구를 봤다’는 응답자가 84%로 나타났고, 58%는 ‘앞으로 야구장에 갈 의향이 있다’고 답해 야구장을 찾게 될 잠재적인 여성팬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자는 혼자 야구장에 가지 않는다.

‘스포츠 비즈니스’ 2010년 여름호는 잠실야구장을 찾는 20∼30대 여성팬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에 1대1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바 있다. 총 400부의 설문지를 배부한 뒤 응답이 불성실하거나 미회수된 21부를 제외한 379부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통계를 냈다. 그 중 20∼30대 여성 대부분은 혼자 야구장에 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40%에 해당하는 155명이 4인 이상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그 중 동성(여성) 친구와 함께 야구장에 온 비율이 58%로 가장 높았다. 과거에는 남자친구에게 이끌려 야구장을 방문하는 소극적 여성팬이 많았다면 이제는 여성들끼리 적극적으로 야구장을 찾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여성팬은 주변 여성들까지 야구장으로 유인하는 흡인력이 크다는 사실을 읽어낼 수 있다. 이들 여성팬은 미래에 가족 전체를 야구장으로 이끌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계층이다. 각 구단이 여성팬 확보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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