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관중 250명… 월드컵 3위 열기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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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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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실업축구 현장 가보니

“최근 끝난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열기가 고양에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수원 FMC와 서울시청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장내 아나운서는 여자 월드컵의 영향으로 관중이 평소보다 많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과 팀 관계자들도 얼마나 많은 관중이 찾을지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 관중석엔 고작 250여 명뿐

월드컵 3위의 성적으로도 부족했던 걸까. 8일 WK리그 수원 FMC와 서울시청의 경기가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관중석은 썰렁하기만 하다. 4만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는 250여 명의 관중만 찾아 여자 축구에 대한 여전한 무관심을 실감케 했다. 고양=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월드컵 3위의 성적으로도 부족했던 걸까. 8일 WK리그 수원 FMC와 서울시청의 경기가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관중석은 썰렁하기만 하다. 4만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는 250여 명의 관중만 찾아 여자 축구에 대한 여전한 무관심을 실감케 했다. 고양=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고양종합운동장은 4만1000여 석을 보유한 대형 경기장. 입장권은 공짜인데도 이날 관중은 250여 명에 불과했다. 경기장이 크다 보니 더욱 썰렁해 보였다. 그나마 100여 명은 선수 가족과 관계자들이었다. 관중이 이 정도 온 것만 해도 평소의 서너 배는 되는 것이란다. 지난달 1일 화천에서 열린 올스타전 관중은 200여 명, 지난해 결승전 관중은 300여 명이었다. 남자 내셔널리그가 평소 1000여 명이 오는 것에 비하면 여자 축구는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 선수의 어머니는 “주변에서 하도 여자 축구 얘기를 하기에 조금 기대했는데 실망이다”라고 말했다.

○ 그래도 꾸준히 늘고 있는 관중과 관심


선수들은 더운 날씨 속에서 90분 내내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뒤 한 선수에게 관중이 없어 힘이 빠지지 않느냐고 묻자 “이제 익숙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여자 월드컵 이후 여자 축구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주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양종합운동장 4만관중석 무료입장에도 찬바람만,선수 가족 “인기없지만 후회안해… 언젠가 알아줄것”

이날 관중의 절반을 차지한 단체 관중은 이마트 일산점과 탄현점 직원들. 100여 명이 플래카드 등을 만들어 경기장을 찾았다. 일산점 김상운 점장은 “아기자기한 여자 축구의 매력을 직원들이 좋아한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서포터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자 축구가 열릴 때마다 찾아간다는 김형욱 씨는 “여자 축구를 한 번이라도 보면 그 매력에 빠진다. 이번 여자 월드컵에서의 선전으로 차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딸 선수 시킨 것 절대 후회 안 해”


경기 중 가장 많은 박수와 함성을 보내는 사람은 바로 선수 부모들. 인기 없는 여자 축구에 대해 부모들은 “이런 현실이 슬플 때가 많다”고 말했지만 한결같이 “축구시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 공격수 전가을의 어머니 유경옥 씨는 “힘들 때도 많지만 딸도 좋아하고 이번 월드컵으로 주위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은의 어머니 마경희 씨도 “딸이 좋아해서 하는 것이다. 텅 빈 관중석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남자 축구보다 더 재미있는 여자 축구를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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