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전 관전포인트] 붉은전사여, 첫승은 선제골에 달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12일 07시 00분


첫골이 승부 큰 변수…1승 제물 ‘난타전’
허정무 정통-레하겔 변칙 성향 ‘극과 극’


‘유쾌하고 당당한 도전’을 모토로 내건 한국 허정무(55) 감독과 ‘대제’ 그리스 오토 레하겔(72) 감독이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다. 두 팀은 모두 상대를 1승 제물로 꼽고 있어 혈전이 예상된다.

● 대치되는 두 감독

허 감독과 레하겔은 여러모로 대척점에 서 있다.

독일 출신의 레하겔은 평범한 분데스리가 출신의 그저 그런 지도자였지만 2001년 그리스 대표팀을 맡으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아 팀을 유로2004 정상에 올려놓으며 ‘오토대제’란 별명을 얻었다. 올해로 9년째 장기집권.

허 감독은 선수시절에도 스타 플레이어였고 지도자로 데뷔한 뒤에도 프로와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명성을 쌓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국제무대 타이틀이 없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는 역대 조별리그 최고 성적을 거두고도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어 아시안 컵에서도 4강에 그치며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번 월드컵은 한 풀이 기회다.

성향도 다르다.

레하겔은 자국 기자들조차 전술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훈련 때 결코 자신의 수를 내보이지 않는다. 주전-비 주전을 고루 섞어 연습게임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반면, 허 감독은 정통파에 가깝다. 주위 시선 등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공통점은 신예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능력이다.

레하겔은 유로2004 당시 차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 등을 앞세워 유럽을 제패했고 이후에도 신예를 꾸준히 발굴해내며 짜임새 있는 전력을 꾸려냈다.

허 감독 역시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정체됐던 세대교체를 이번 월드컵 예선 기간동안 성공적으로 단행하며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역대 최강 대표팀으로 조련했다.

● 세트피스 승부처

두 팀 모두에게 세트피스는 기회이자 곧 위기다.

그리스는 모두가 인정하는 진정한 세트피스의 강자다. 장신 선수가 즐비하고 날카로운 킥을 구사한다. 리바운드 능력도 수준급이어서 주워 먹는 득점도 많다.

그러나 ‘이에는 이’다. 허정무호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기성용, 염기훈, 박주영 등은 최근 훈련에서 연일 세트피스 훈련으로 감각을 가다듬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의 위치와 킥의 방향까지 일일이 지시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기성용은 10일(한국시간) “감독님께서 그리스 수비 뒤를 넘겨 동료들이 앞에서 잘라먹을 수 있도록 크로스를 올리라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 선제골의 향방은

전문가들은 선제골의 향방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측한다.

두 팀 모두 선제골을 내주면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경기 초반에는 조심스레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단 첫 골이 터지기만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1차전 패배는 곧 16강 탈락과 마찬가지다. 골을 허용한 팀은 맹추격에 나설 수밖에 없고 역습-재 역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경기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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