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면 빈볼을 부르는 야구의 불문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8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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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잠실 경기에서 KIA 투수 박경태가 LG 이대형에게 빈볼(위협구)을 던진 것을 두고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동업자 정신을 접고 빈볼을 던져 퇴장당한 박경태가 잘못이라는 쪽이 있는가 하면 이대형이 빈볼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대형이 빈볼을 자초했다는 건 그의 두 차례 도루를 두고 하는 얘기다. 이대형은 7-1로 앞선 1회와 8-1로 앞선 3회 도루를 했다. 빈볼은 17-2로 앞선 5회 그에게 날아들었다. 3회 7점차 리드가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점수 차이인지를 두고 양 팀의 의견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이날 빈볼은 크게 앞선 상황에서 불문율을 어기고 도루를 감행한데 대한 '응징'이었다.

빈볼은 선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협적인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야구가 사라진다면 빈볼 때문일 것이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지켜야할 선을 넘으면 필요악처럼 어김없이 날아드는 게 빈볼이다.

어기면 빈볼이 날아오는 불문율에는 어떤 게 있을까. 홈런을 친 타자가 지나친 세리머니로 투수를 자극했다면 다음 타석 때 빈볼을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SK 이만수 코치. 이 코치는 삼성에서 뛰던 현역 시절 홈런만 치면 두 팔을 치켜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그라운드를 돌아 여러 차례 빈볼의 희생양이 됐다. 이 코치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헐크 세리머니로 빈볼 많이 맞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한 직후 상대 투수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도 투수의 심기를 자극하는 행위로 오해를 살 수 있다. 홈런을 연속 2개나 얻어맞은 투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2007년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이 뉴욕 양키스의 체이스 라이트를 상대로 네 타자 연속 홈런을 날렸을 때 세, 네 번째 타자는 초구에 손을 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자가 마운드를 밟고 지나가는 것도 투수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다. 10일 메이저리그 역사상 19번째 퍼펙트를 달성한 오클랜드의 댈러스 브레이든은 지난달 22일 양키스와의 경기 때 1루 주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타자의 파울 타구 때 1루로 돌아가면서 마운드를 밟고 지나가자 "투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말라"며 빈볼 대신 말로 쏘아붙였다.

2루에 나가 있는 주자가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쳐봤다거나 퍼펙트나 노히트노런 등 대기록 달성에 도전하는 투수를 상대로 번트 안타를 시도하는 것도 빈볼을 맞기 십상이다. 특히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미국의 내셔널리그나 일본의 센트럴리그에서 상대 투수를 맞혔다면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빈볼을 던졌다 퇴장당한 경우는 27일 현재 36차례 있었다. 2002년까지 한화에서 뛰다 은퇴한 김병준과 넥센 송신영이 2차례씩 기록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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