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보다 뜨거운 ‘사랑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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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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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선수들 줄잇는 봉사활동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끈 국민 사령탑 김경문 감독(두산)이 고무장갑을 낀 채 김장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마흔 살 된 ‘위풍당당’ 양준혁(삼성)이 어린이 앞에서 재롱떠는 모습이 상상이 되나요? 이런 일을 두 사람이 자청했다고 합니다. 올 시즌 야구팬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생각하면 뭔들 못하겠냐는 거죠.’

○ 김치 담그고 연탄 나르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말 사랑 나눔이 훈훈하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KIA 선수들은 14일 연고지인 광주 시내 복지시설과 영아 일시보호소 등 다섯 곳을 찾았다. 시즌 중 선수들이 받은 각종 상금과 선수회가 모은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10일에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인 나지완과 이종범 최희섭이 사랑의 연탄 배달원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잔디마을에서 땀을 흘렸다. 나지완은 “작은 연탄 한 장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난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사상 최다 관중을 기록하며 어느 해보다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된 야구 용어)에도 선수들은 여전히 바쁘다. 시즌은 끝났지만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다. 내년 시즌을 위해 몸만들기에도 바쁜 선수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발 벗고 나섰다.

○ 보육원 - 소아병동 찾아 위로


올 시즌을 끝으로 국내 활동을 접고 일본으로 진출한 김태균(지바 롯데)과 이범호(소프트뱅크)는 빠듯한 일정에도 전 소속팀 한화의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해 보은의 도리를 다했다. 둘은 8일 한화 연고지 대전에 거주하는 홀몸노인을 위한 연탄 배달 봉사에 나섰다. 김태균은 “한화를 떠나지만 그동안 응원해 준 팬과의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사회공헌활동은 김경문 감독의 두 손에 고무장갑도 끼웠다. 김 감독은 두산 김광수 코치, 요미우리 이승엽 등과 함께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행사’에 참여해 이웃들에게 나눠줄 김장을 담갔다. 김 감독은 보육원과 소아병동을 방문해 어린이를 위문했다. 이어 불우이웃돕기 바자회에 참석하는 등 봉사활동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 어린이 팬 초청 재롱잔치도


양준혁은 어린이들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것으로 봉사의 임무를 마쳤다. 삼성 구단이 5일 결연 어린이 35명을 경산볼파크로 초대한 날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표정과 몸짓으로 어린이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히어로즈의 강정호와 황재균 이보근도 같은 날 서울 강서구의 한 보육원을 찾아 야구 용품을 전달하고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LG의 봉중근과 이진영 박용택 이대형은 지난달 17일 ‘근육병 어린이를 위한 자선의 밤’ 행사에 참석해 선수단이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SK 김광현은 올 시즌 삼진 하나를 잡을 때마다 5만 원씩 적립해 마련한 돈으로 8일 결식아동과 홀몸노인 장애인의 도시락을 마련하는 데 내놓았다. 자비를 들여 4년째 홀몸노인들에게 연탄을 직접 배달해 준 롯데 이대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정한 2009 사랑의 골든 글러브 수상자로 뽑혔다. 이웃을 향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손길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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