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PL]맨유의 레전드 라이언 긱스…36살 눈부신 왼발의 마법은 ‘…ing’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7시 00분


17세에 프로 승격 현재까지 주축 활약

EPL 통산 100골·맨유 최다출전 기록

이번시즌 중앙·좌우 등 폭발적 활동량

30번째 맨체스터 더비선 AS 해트트릭

기록경신은 진행형…나이는 숫자일 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어 전력 손실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눈에 띄게 펄펄 날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라이언 긱스(36)다.

호날두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로 영입한 ‘원더보이’ 오언과 발렌시아 등이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은 상황에서 긱스가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의심을 제기할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그가 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니 말이다.

○기록은 깨라고 존재하는 것

10대 초반 맨체스터시티 소속의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긱스가 14세가 되던 해, 퍼거슨 감독이 직접 그의 집을 방문해 스카우트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한 긱스는 1990년 11월 17세의 나이에 프로로 승격하고 1991년 3월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데니스 어윈과 교체로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이 후 지금까지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맨유의 주축 멤버로 활약하며 레전드로 칭송받고 있다. 왼발을 잘 쓰는 그에게는 늘 ‘왼발의 달인’, ‘왼발의 마법사’, ‘황금 왼발’ 등의 수식어들이 따라다니지만, 현재까지도 각종 기록들을 갱신하고 있는 그에게 더욱 어울리는 별명은 ‘레코드 브레이커 (Record Breaker)’가 아닐까.

긱스는 1993-94시즌과 1995-96시즌 맨유가 더블을 달성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고, 1998-99시즌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우승, FA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트레블의 위엄을 달성할 때도 당연 주축 멤버였다. 특히 그가 FA컵 아스널과의 준결승에서 기록한 골은 맨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맨유와 계약을 연장한 긱스는 2001-2002시즌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셀틱과의 경기를 통해 데뷔 10주년을 기념했다.

1년 후 첼시와의 경기에서 통산 100번째 골을 넣었으며 같은 해 리버풀의 레전드 필 닐과 앨런 핸슨이 가지고 있던 8개의 챔피언십 메달 소유 기록을 깨며 9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타이틀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축구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고, 이 해 더비카운티와의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번째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그는 맨유 선수 중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UEFA 챔스리그 결승전 출전으로 보비 찰턴이 가지고 있던 758경기 출전 기록을 깬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고, 그의 각종 기록 경신은 아직도 진행 중인 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긱스가 전성기 시절,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선보인 더블 프리킥 장면은 아직도 축구팬들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왼발의 달인’ 긱스와 ‘오른발의 달인’ 베컴이 동시에 볼에 달려들어 프리킥을 찼던, 마치 ‘축구왕 슛돌이’ 같은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모든 축구팬들과 언론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선발 보다는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는 횟수가 잦아졌고, 그에게는 ‘백전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긱스 자신 역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맨유라는 큰 팀에서 뛰고 있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고 밝히며 젊은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넘겨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만큼은 달랐다. 중앙 뿐 만 아니라 윙 포지션에서도 폭발적인 활동량과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대부분 선발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전성기 시절,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특유의 화려한 드리블도 자주 보여주고 있어 나이를 잊은 듯한 그의 기량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달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는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30번째 맨체스터 더비였다. 그는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4-3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젊은 선수 못지않은 훌륭한 플레이였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왼발에서 나왔다. 36살의 나이는 핸디캡이 아니라 이제 오히려 긱스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듯 하다. 세월의 흔적은 그의 왼발에 고스란히 경험으로 남아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날카로움을 지니게 해 주었다.

웨일스 카디프 출생인 탓에 축구선수로서 가장 뛰어보고 싶다는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 같은 무대는 한번도 밟아보지 못해 간혹 비운의 스타라고 불리기도 하는 긱스. 하지만 그의 명성은 1990년대 후반 4대 미드필더 시대를 만들어냈던 지네딘 지단, 베컴, 루이스 피구,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맨체스터 (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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