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말싸움이 몸싸움으로… SK엔 길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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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한 직원은 KIA와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내준 뒤 메신저 아이디를 ‘Again 2007’로 바꿨다. 그해 SK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내리 진 뒤 4연승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3차전. SK 선수단은 2년 전 이맘때의 좋았던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렸을 것 같다. 그때처럼 양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뛰어 나와 대치하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것이다.

4-0으로 앞선 4회 말 SK의 공격. KIA 투수 서재응은 2사 후 SK 정근우가 친 강습 타구를 글러브로 막아 땅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 공을 곧바로 1루에 송구하지 않고 천천히 1루에 던진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놀린다는 느낌을 받은 정근우는 서재응을 응시하면서 1루로 뛰어갔다. 이에 서재응은 욕설을 섞어 “뭘 봐”라고 외쳤고, 정근우는 지지 않고 “왜요”라고 맞받아쳤다. 둘의 언쟁이 길어지자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 나와 몇 분간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 많이 흥분한 것은 KIA 선수들이었다. 특히 당사자인 서재응은 5회에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맞은 무사 만루에서 최정과 정상호를 잇달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며 제 풀에 무너졌다.

2007년에는 빈볼 시비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1, 2차전에서 5개의 사구를 남발한 SK에 대해 두산 투수진은 3차전 6회 0-5로 스코어가 뒤지자 정근우와 김재현에게 연속으로 빈볼성 공을 던졌다. 이때의 벤치 클리어링은 SK의 팀 분위기를 살려주는 전환점이 됐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무기력하게 내 준 SK는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SK로선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 준 격이 아니었을까.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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