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포스트게임] 선을 넘어선 김성근 감독

  • 입력 2009년 9월 21일 17시 39분


코멘트
최근 SK 김성근 감독은 LG 에이스 봉중근의 사실상 시즌을 접는 등록말소를 두고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한마디해 파장이 컸다. 원로격인 김 감독은 최근 들어 야구계 전반에 대해서 빼놓지 않고 한마디씩 했다. 기자들이 그때 그때 사안에 대해 물어보니까 이런저런 대답을 했을 테고 의도적인 말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대응했다. 총재가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할 정도다. 메이저리그였다면 커미셔너에게 반하는 대응이라면 강력한 경고나 벌금제재가 따랐을 것이다.

봉중근 등록말소건도 2위 SK 입장에서는 거론할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LG가 매직넘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KIA와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팀의 선수 등록말소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올바른 언사가 아니다. 이것도 일종의 불문율이다.

사실 이 문제는 총재의 권한이다. 상대 감독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미국 4대 메이저 종목은 시즌 막판 주전을 기용하지 않을 때 커미셔너가 조사를 한 뒤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벌금을 제재한다. 김 감독의 말처럼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1974년 시즌 초 행크 에런이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을 경신할 무렵 당시 보위 쿤 커미셔너는 “에런은 신시내티전에 2경기는 나와야 한다”고 애틀랜타 구단에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에런은 1973년 713개 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애틀랜타는 시즌 개막을 신시내티 원정 3연전으로 시작했다. 백인들의 협박에 시달린 에런은 신시내티 3연전에 결장하려고 했다. 그러나 쿤은 커미셔너의 명령으로 신시내티전에 출장을 지시했다. 신시내티 팬들도 대기록을 볼 권리가 있어서였다.

결국 에런은 714호 홈런은 신시내티 구장에서, 715호는 풀턴카운티스타디움에서 작성하며 양쪽 팬들을 다 즐겁게 해줬다. 그러나 쿤 커미셔너는 정작 에런이 루스의 기록을 경신하는 715호 홈런이 터질 때 구장에 나오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입장을 바꿔서 김 감독이 LG 감독이었다면 투구이닝이 많은 봉중근에게 의미 없는 등판을 시킬까.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대부분 김재박 감독과 같은 조치를 했을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김성근 감독이 예전에도 팬들을 위한 야구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는 보내기번트, 마운드의 물량작전이 진정 팬들을 위한 야구라고 보는지. SK에서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 전까지 김 감독은 투수를 혹사시키기로 유명했다. 투수들도 단명했다. 요즘의 젊은 기자들이야 김 감독 야구일생의 앞부분을 몰라서 그렇지만 프로야구에 공과가 뚜렷한 지도자다.

요즘 성적 좋은 프로야구 감독들은 월권과 더불어 야구를 우습게 대하는 경향이 많다. 언론 종사자들 사이에 과거를 아는 베테랑 기자들이 없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LA | 문상열 통신원

[화보] 한국 프로야구의 양대 버팀목 김성근·김인식 감독
[관련기사][문상열의 포스트게임] 수난 당하는 ‘버럭’ 스타들        
[관련기사][문상열의 포스트게임] 시즌 중 전력보강…ML 부러워!
[관련기사][문상열의 포스트게임] 2군경기 관중이 필요한 이유         
[관련기사][문상열의 포스트게임] 2군 감독 중용…ML을 배워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