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과학이다]<2>日 국립스포츠과학센터-내셔널트레이닝센터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실내 산소농도 낮춰 도쿄서 고지대 훈련”

침대, 냉장고, TV, 전화…. 언뜻 보면 여느 호텔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벽에 붙은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이 방은 백두산 꼭대기로 변할 수 있다. 산소 농도를 14.4%까지 떨어뜨려 3000m 높이의 고산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른바 저산소 합숙실이다. 일본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 운영부 쓰루타 마사타카 씨는 “인위적으로 고지대 환경을 조성해 폐활량 향상을 유도한다. 10주 정도 저산소 운동을 하면 파워를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영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도 이 훈련 덕분에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평영 2관왕을 2연패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쿄 북쪽에 자리 잡은 JISS와 그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내셔널트레이닝센터(NTC)는 일본 스포츠과학의 두 날개다. JISS는 지구를 뜻하는 원과 스포츠, 의학, 과학을 나타내는 세 개의 심벌로 이뤄졌다. 세계적인 시설과 규모로 세계적인 인재를 키우고 지원한다는 의미다. 스포츠 생리, 심리, 트레이닝 등을 전공한 70명의 전문 연구원과 정형외과, 내과, 안과, 부인과, 치과, 피부과 등 20명의 의료진으로 이뤄진 스포츠 클리닉은 선수들과 함께 움직인다.

엘리트 체육의 쇠퇴 속에서 일본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2001년 10월 개관한 JISS를 앞세워 스포츠 강국으로 부활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로 종합 5위,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로 8위에 올랐다.

JISS 건물 지하 1층 50m 실내수영장에는 비닐하우스 같은 천막이 있다. 산소 농도를 희박하게 하는 장치다. 다양한 동작을 분석할 수 있는 카메라가 천장 곳곳에 달려 있다. 기타지마는 이런 첨단 장비로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테네 올림픽 이후 목표 달성 증후군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심리 치료도 받았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의 우승을 이끈 투수 다루빗슈 유(니혼햄)는 JISS의 분석 결과 신이 내린 균형 잡힌 체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NTC는 2007년 말 완공됐다. JISS(7층 규모)와 비슷한 높이지만 3개 층으로 돼 있다. 최적의 훈련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 등 10개 종목의 훈련장에는 구석구석 스포츠과학의 흔적이 배어 있다. 15억 엔의 비용이 들어간 고기능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배드민턴장은 미묘한 바람의 영향도 없도록 냉난방 장치를 했으며 체조장에는 선수들이 손바닥에 바르는 탄산마그네슘 가루를 흡입하는 장치까지 설치했다.

레슬링장은 땀을 많이 흘리는 종목의 특성에 따라 매트에 특수 약물을 처리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선수 사우나의 욕탕은 피로 해소에 좋다는 탄산천으로 운영한다.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박주봉 감독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성인 대표팀이 해외에 나가면 주니어 선수들이나 일반 실업 팀이나 학교에서 이용할 수 있어 효과가 크다”고 부러워했다.

도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가사하라 스포츠과학센터장▼
“과학적인 분석 통해 국제 경쟁력 강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인 일본 스포츠의 메카라고 자부합니다.”

가사하라 가즈야 일본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장(71·사진). 고희를 넘긴 나이에 백발이 성성했지만 스포츠를 향한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그는 2005년 JISS 수장으로 부임해 2007년 완공된 내셔널트레이닝센터(NTC)까지 함께 이끌고 있는 일본 엘리트 스포츠의 ‘안방마님’이다. 수영 선수 출신으로 문부성 경기스포츠과장, 일본 올림픽위원회 사무국장, 도쿄여자체육대 교수 등을 역임해 이론과 실기에 모두 밝다.

가사하라 씨는 “일본이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장수하고 비인기 종목에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JISS와 NTC의 제휴를 강화하겠다. 과학적인 분석과 효과적인 트레이닝 방법 제시, 부상 예방과 치료 등 다각적인 지원으로 일본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추구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위 이내 입상에 이어 도쿄가 유치전에 뛰어든 2016년 올림픽에서는 3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가사하라 씨는 “각 경기 단체와 연계해 탤런트 발굴 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손자뻘 되는 어린 선수들을 NTC에서 합숙시켜 체계적으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스포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고 흐뭇해했다.

도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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