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들어 지성, 넌 아시아에 꿈을 줬잖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김주성이 본 UEFA 챔스리그 결승전의 ‘산소탱크’

‘꿈의 무대’ 아시아인 첫 출전
오늘은 너 아닌 맨유의 패배
내년을 기약하고 다시 달려라


‘대한민국의 아들’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등장했을 때 내 심장은 쿵쾅쿵쾅 요동쳤다.
세계 최고의 클럽 대항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후배 박지성이 뛰다니….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첼시와의 결승전 때 출전 엔트리에조차 들지 못한 것을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던 나였기에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해 주전을 꿰찬 것은 물론이고 ‘꿈의 무대’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누빈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이런 기쁨도 잠시. 박지성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등 맨유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탓에 고개를 숙였다. 맨유는 사뮈엘 에토오와 리오넬 메시에게 골을 내줘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 0-2로 완패했다. 박지성은 준우승 메달을 받을 때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라운드를 벗어날 때도 눈길을 피하며 사라졌다. 나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지성아!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법이다. 다음을 기약하고 고개를 들고 다시 달려라. 내년에는 우승컵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오늘 패배는 너의 패배가 아니라 맨유의 패배였다. 맨유는 바르사의 메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등 ‘작은 악사들’의 하모니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들이 펼치는 예술적인 패스에 맨유의 스피드와 파워는 무력화됐다. 냉정하게 볼 때도 우승은 바르사의 몫이었다.
김주성 <로마에서·김주성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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