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나달은 2005년 프랑스오픈에 처음 출전한 뒤 대회 사상 최다인 30연승을 질주했다. 비에른 보리(스웨덴)가 갖고 있던 남자부 28연승을 넘어선 데 이어 여자부 크리스 에버트(미국)의 29연승까지 돌파했다. 30승을 거두는 동안 빼앗긴 세트는 7세트에 불과할 만큼 완벽하게 코트를 지배했다. 지난해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승리로 역대 최다 타이인 4연패를 이루며 보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올해 사상 첫 5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나달이 붉은 벽돌 가루와 흙을 섞은 앙투카 코트에서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 유독 강한 이유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궁합이 잘 맞아서다. 클레이코트가 유럽에 흔해 어려서부터 자주 접한 데다 느린 표면으로 볼의 스피드가 떨어져 안정된 스트로크를 갖고 있는 나달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강력한 서브에 이은 발리로 단기전을 노리는 피트 샘프러스, 로저 페데러 같은 선수에게는 불리하다. 끈질긴 집중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긴 랠리 승부에서 강점을 보이는 나달은 최근 약점이던 백핸드까지 끌어올려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클레이코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나달은 만만치 않은 상대인 전 세계랭킹 1위 레이턴 휴잇(48위·호주)과 16강 진출을 다투게 돼 연승 행진의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