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절벽’ 악명 높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 의미

  • 입력 2009년 5월 20일 21시 00분


사람과 산 제공
사람과 산 제공
봄철 에베레스트 등반 시즌의 막바지인 요즘. 베이스캠프(5364m)에서는 아침마다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대원의 등정 성공을 전해들은 각국 원정대가 기쁨의 탄성을 지르는 것이다.

요 며칠 다른 원정대의 등정 소식에 초조해했던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의 베이스캠프는 20일 오후 등정 소식이 전해지자 숟가락으로 솥을 두드리고,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올해 봄 시즌에 에베레스트를 찾은 각국 40여개의 원정대는 모두 남동릉(네팔 쪽 노멀 루트)을 따라 정상 도전에 나섰다. '다른 길'을 택한 것은 오직 박영석 원정대뿐이다. 박영석 원정대는 에베레스트 루트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남서벽을 택했다. 남서벽 루트는 2000m가 넘는 수직 벽이 가로막고 있는 난코스. 캠프2(6500m)에서 캠프5(8400m)까지 깎아지른 절벽을 넘어 길을 내야 한다.

노멀 루트로 가는 산악인들은 긴 피켈을 지팡이처럼 사용하며 걸어간다. 하지만 남서벽으로 가는 박영석 원정대원들은 짧은 피켈로 남서벽을 찍어가며 기어 올라가야 했다. 남서벽 절벽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눈사태와 낙석도 대원들의 생명을 항상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은 '미지의 루트'였다. 1975년 영국 팀이 무려 3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남서벽 동쪽에 길을 뚫고 남동릉으로 방향을 돌려 첫 정상을 밟았다. 1982년 구 소련 팀이 남서벽 가운데 길을 통해 서릉에 올라선 뒤 정상에 섰다.

박영석 원정대는 이번에 남서벽 서쪽 길을 통해 서릉에 올라선 뒤 정상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 악명 높은 남서벽에 세 번째로 길을 낸 것이다. 원정대는 구 소련 팀 이후 27년 만에 남서벽에 새 루트를 뚫음과 동시에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에 한국 산악 역사상 처음으로 신 루트를 내는 쾌거를 거뒀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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