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배짱샷에 경쟁자들이 무너졌다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비거리의 열세를 극복하며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우승한 오지영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세리 키드’ 중 한 명인 오지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통산 2승째를 거뒀다. 클리프턴=AFP 연합뉴스
비거리의 열세를 극복하며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우승한 오지영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세리 키드’ 중 한 명인 오지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통산 2승째를 거뒀다. 클리프턴=AFP 연합뉴스
오지영, 비거리 열세 극복하고 10개월만에 우승… LPGA 통산 2승

“어디든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하도 떨려서 잠도 잘 안 오고….”

오지영(21)은 1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이베이스클래식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전날 밤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였다. 공동선두로 3라운드를 마치며 우승 기회를 잡은 데다 챔피언 조에서 맞붙게 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브리타니 린시컴(노르웨이)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40야드 안팎인 반면 페테르센과 린시컴은 장타자인 데다 메이저 우승 경험까지 있었다.

하지만 오지영은 미국 뉴저지 주 클리프턴 어퍼몬트클레어CC(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2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시상식에서 유창한 영어로 소감을 밝힌 오지영은 “남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만 하자고 했다. 나는 좋은 아이언과 웨지 샷을 갖고 있다고 되뇌었다. 작년엔 얼떨결에 첫 승을 해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엔 기쁨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10개월 만에 통산 2승. 우승 상금 30만 달러를 받으며 상금 8위로 올라섰다.

또박또박 코스를 공략한 오지영 앞에 경쟁자는 줄줄이 자멸했다. 공동 선두였던 페테르센은 2타를 잃고 2위(10언더파)에 머물렀다. 린시컴은 77타를 쳐 공동 6위(6언더파). 미셸 위와 폴라 크리머(미국)는 공동 3위(8언더파).

신지애 박인비 김인경 등과 1988년생 동갑내기인 ‘세리 키드’ 오지영은 샌드웨지를 바꾼 지 2개월 만에 다 닳아 못쓸 정도로 훈련하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라운드 홀인원이 길조였나봐요”▼

홀인원 하면 3년 동안 운이 좋다고 한다. 반면 홀인원한 프로골퍼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못한다는 징크스도 있다. 오지영은 사이베이스클래식 1라운드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한 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길조일까 아니면 우승이 또 멀어지는 건가 생각이 많았어요. 결과적으로 겹경사가 됐네요. 홀인원이 트로피까지 안겨 줬으니….” 다만 오지영은 링컨 머큐리 차량이 부상으로 걸린 홀이 아니어서 부상을 따로 챙기지는 못했다.

지난해 신지애는 국내 대회인 하이트컵 2라운드에서 티샷을 그대로 홀 안에 박아 넣는 ‘덩크슛 홀인원’으로 4000만 원이 넘는 BMW 승용차를 받은 데 이어 기세를 몰아 우승컵까지 안았다. 강지민은 2005년 미국 투어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 2타차 2위였다가 마지막 날 홀인원 한 방에 승부를 뒤집은 데 힘입어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와 달리 지난해 한국여자프로선수권 3라운드에서 박원미는 홀인원을 해 1억7100만 원이 넘는 외제 승용차의 주인공이 됐지만 최종 성적은 공동 35위에 그치며 214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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