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체면 구긴 울산-인천… 다음은?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첫판서 아마팀에 무릎… 강원-제주는 승부차기 승

“지면 부끄럽죠.”

13일 FA컵 32강전을 앞두고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강원 FC 최순호 감독은 아마추어 팀이 부담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셔널리그 인천 코레일과 맞붙는 최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감독이었다. 미포조선은 2005년 FA컵 결승전까지 진출한 최고 이변의 팀이었다.

최 감독은 이제 프로팀 감독으로 아마팀과 맞붙었다. 이변의 주인공에서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최 감독은 “명색이 프로팀인데 꼭 이겨야 한다. 아무리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도 32강 탈락이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최강팀을 가리는 FA컵 대회가 이날 전국 15개 도시에서 열렸다. 1996년 시작돼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FA컵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프로팀이 지난 대회까지 13번 모두 정상에 올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 대전 시티즌, 인천 유나이티드 등 4팀이 아마팀에 덜미를 잡혔다. 2005년 미포조선의 결승 진출과 한국철도의 4강 진입, 2006년과 지난해 고양 국민은행의 준결승 진출은 대표적인 이변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도 극적인 승부를 유도하려고 비싼 당근을 마련했다. 내셔널리그와 대학 팀이 K리그 팀을 꺾으면 각각 300만 원과 400만 원의 승리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올해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희생양은 나왔다. 인천은 경희대와의 경기에서 후반 45분 결승골을 헌납하며 0-1로 졌다. 지난해 32강에서 안산 할렐루야에 승부차기로 패한 인천은 2년 연속 체면을 구겼다. 승부차기에서 눈물을 흘린 프로팀도 있었다. 울산 현대는 승부차기 끝에 6-7로 고양 국민은행에 덜미를 잡혔다. K리그 선두 전북 현대를 비롯해 포항 스틸러스 등 다른 팀들은 16강에 안착했다. 강원과 제주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이겼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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