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식 위기 대처법…뿌리깊은 자율, 연패에 흔들림 없다

  • 입력 2009년 4월 27일 08시 52분


한국야구에 ‘자율’은 실현 가능한 코드인가?

언어에는 힘이 있다. 비근한 예로 ‘자율’은 긍정적, ‘관리’는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배어있다. 그러나 이미지와 현실은 별개다. 프로야구로 좁혀 봐도 관리야구는 자율야구를 압도해왔다.

올 시즌 역시 이 추세는 극명한데 자율파의 대표격인 롯데는 26일까지 최하위(7승13패)로 처져있다. 야구계에선 “롯데가 SK도 아니고, 승패차 -6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동시에 로이스터 감독(사진)이 이 고비를 어떻게 다룰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응시하고 있다.

○자율야구의 빛과 그림자

SK 김성근 감독의 말이다. “‘자율’ 그러는데 한번 봐라. 한 시즌 반짝 성적이 났다 치더라도 계속 유지된 적이 있었는가?” 재미있게도 ‘자율야구’의 창시자처럼 평가받는 이광환 전 LG 감독조차 이 용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내 야구는 자율야구가 아니라 시스템야구”라고 항변한다. 현장 감독들은 ‘자율=방임’으로 연상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한국야구에 로이스터가 왔다. 트레이닝부터 게임운용까지 ‘정통’ 자율이다. 감독이 아니라 매니저다. 곧 감독의 일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고 팀 케미스트리를 좋게 하는 것 외에 없는 것이다. 단장에 맡기고, 선수에 맡긴다.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비즈니스 하는 자리다. 연패 중에도 로이스터는 인터뷰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속이야 어떻든 겉은 늘 밝다. 충격요법도 없다. 좌투수가 나왔을 때 라인업을 조정하는 정도다. 선발진도 5선발을 빼면 규칙적이다.

○그럼 로이스터는?

재밌는 대목은 로이스터 방식이 작년과 달리 올해엔 안 되고 있는 점이다. 덕분에(?) 한국 팬들은 정통 자율야구가 고비에 처했을 때 어떻게 리액션을 취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26일 만난 로이스터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5연속 볼넷을 준 김대우에 대해선 “(바로 2군에 보냈지만)신인 첫 등판인데 무리한 요구일 수 있었다”고 감쌌다. 전날의 형편없는 패배 속에서도 “선수들이 고개 안 숙이고 나간 건 괜찮았다”고도 했다. 야구는 못해도 기죽지 말고 의연하기. 로이스터의 지향부터가 그렇다.

메이저리그에서 궁극의 리더십은 ‘감독이 있는지조차 모를 경지’라고 한다. 로이스터는 지금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패턴대로 하고 있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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