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녕…” 生과 死의 길목서 스쳐간 ‘슬픈 인연’

  • 입력 2009년 1월 13일 18시 08분


왕년의 빙판 스타 제인솔리먼(가운데)출처: BBC 홈페이지
왕년의 빙판 스타 제인솔리먼(가운데)
출처: BBC 홈페이지
왕년의 빙판 스타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던 아기의 탄생을 앞두고 그녀의 뇌는 멈춰버렸다. 다른 선택은 없었다. 죽은 몸으로라도 아기를 낳는 것 뿐.

뇌사 상태로 아기를 출산한 옛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낳고 있다.

제인 솔리먼(41) 씨는 1989년 영국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7위에 올랐던 빙판 위의 여왕이었다. 두바이에서 만난 이집트인 사업가 마무드 솔리먼 씨와 결혼한 뒤 40세라는 늦은 나이에 임신에 성공했다.

BBC방송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녀는 "그녀의 일생일대 꿈이자 최고의 소원은 엄마가 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절실히 아기를 원했다. 2년 전 두바이에서 영국으로 돌아와 스케이팅 코치를 하면서 아기를 갖기 위한 건강관리도 철저히 했다.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언젠가부터 두통이 찾아왔다. 그리고 임신 25주째이던 7일 저녁, 솔리먼 씨는 갑자기 침실에서 쓰러졌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녀는 이미 뇌사 상태에 빠진 뒤였다. 뇌출혈이었다.

의료진은 다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입해 아기가 계속 숨을 쉴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제왕절개를 통해 0.95㎏짜리 작은 여자 아기를 솔리먼 씨의 몸에서 꺼냈다.

의료진은 두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이 아기를 들어올려 솔리먼 씨의 눈앞에 갖다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 위에 아기를 살짝 얹었다. 엄마와 아기가 교감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다.

남편인 마무드 솔리드 씨는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딸을 품에 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또 행복한 날"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아빠가 붙인 아기의 이름은 '아야(Aya)'. 이슬람어로 기적을 뜻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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