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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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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사진) 총재는 2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삼성이 히어로즈 에이스 장원삼을 데려오고 현금 30억 원과 투수 박성훈을 주기로 한 트레이드를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O가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신 총재는 “히어로즈가 1월 창단할 때 5년간 구단 매각 금지와 현금 트레이드 시 KBO에 사전 승인을 받겠다고 한 약속을 위반했기에 승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삼성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는 일주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히어로즈는 삼성에서 받은 30억 원을 삼성에 돌려주고 장원삼과 박성훈은 원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한다.
KBO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은 ‘돈으로 상도의를 깼다’는 비난을 받으며 구단 이미지가 실추됐다.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삼성에서 받은 돈 중 상당 부분을 구단 운영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2의 장원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과 히어로즈는 “KBO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이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한편 신 총재는 이날 올해 안에 총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지만 신 총재는 “이번 사태와는 별개로 베이징 올림픽과 한국시리즈가 끝나면서 내 소임을 다했다”며 “12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후 (사퇴 일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당사자-구단 반응
장원삼 “프로세계의 냉정함 깨달았다”
삼성-히어로즈 당혹… 타 구단 “당연”
그는 “프로야구가 냉정한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히어로즈에 돌아가 더 강한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각 구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금 트레이드 파문을 일으킨 삼성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단장, 히어로즈 이장석 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삼성은 ‘KBO의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히어로즈에 준 30억 원을 언제 어떻게 돌려받을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어로즈도 KBO 총재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방침이지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히어로즈의 한 관계자는 “30억 원을 돌려주고 선수가 복귀하는 것은 지금 당장 결정할 일이 아니다. 삼성과 따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구단은 KBO의 결정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LG 이영환 단장은 “사필귀정이다. 이번 기회에 각 구단이 규정을 지키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일부 구단은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도 고려하고 있었다”며 “신상우 총재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롯데 이상구 단장도 “단장 모임에서 경기 보이콧이나 KBO 탈퇴까지 고려했던 게 사실이다. 순리대로 해결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거액 현금 트레이드 파문의 여파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8개 구단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선수 당사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