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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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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낙후되고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때 ‘구도의 상징’의 상징이었던 대구. 대구구장을 볼 때마다, 침몰하는 대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초일류기업 삼성과는 더더욱 비대칭을 이루는 대구구장의 이미지. 지금 대구구장은 ‘폐업직전의 오래된 영화관’모습이다.
물론 대구시가 전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대구대공원 근처에 민자 3600억원을 유치해서 돔구장을 2013년까지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어느 누가 지하철도 없고, 교통도 불편하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곳에 돈을 투자해서 돔구장을 건설하겠는가. 근본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자치단체가 시민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야구장에 왜 돈을 투자해야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대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야구장이었다. 프로야구 출범이래 총 1000만의 시민이 대구구장을 찾았다. 이 정도면 대구시도 시민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대구시는 삼성이 대구를 떠나도 상관없을지 모르나 대구야구팬들은 그렇지 않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1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야구장에는 무관심한 곳이 대구시이다. 물론 세계육상선수권 예산은 국고지원도 있고 사회간접자본 투입에 대부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금액만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프로야구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와 문화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불행히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대구시가 얻고자 하는 국제적인 도시 이미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1991년 도쿄대회 이후 2년마다 개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개최효과는 급격히 반감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대구국제육상대회’를 보면 답이 나온다. 무료에다 관중을 동원해도 경기장은 비어 있다.
대구에는 새로운 구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돔구장이 아니라 지하철 가까운 곳에 1000억원 정도의 예산투입으로 3만석 야외구장이면 충분하다. 구장건설은 일단은 자치단체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구단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순진한 대구야구팬’이기에 참고 있지, 미국이나 일본이었다면 벌써 선거 때 표로 응징했을 것이다.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를 자기돈 내고 와서, 통로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관전하는 대구 야구팬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아니라, 경외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개막전 시구를 도맡아 하는 과거와 현재의 대구시장들도 함께 스쳐지나갔다. 대구 팬들은 정말이지 너무 ‘겸손’하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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