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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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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아침을 맞이하니 새로운 공기로 충만하네요. 공기의 느낌은 다르지만 정취는 변하지 않으니 차 향기에 (중국인의) 우정이 충만해요. 우리 집 대문은 늘 열려 있어요. 두 팔을 활짝 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포옹해 보면 금방 말 없이도 통해 당신은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또 하나의 경기를 맞이하니 여전히 겸손(중국 남자 축구의 패배를 풍자하는 말)으로 일관하네요. 사람(축구 선수)은 달라져도 결과는 같아. 질 줄만 알지, 이길 줄 몰라. 우리 집 골문은 늘 열려 있어요. 몇 개 정도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죠. (한 번) 싸워보면 금방 (이기는 방법을) 알 수 있어 당신은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앞의 가사는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 D-100일을 기념해 발표한 ‘베이징 환잉니(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노래다. 뒤는 ‘베이징 환잉니’의 개사곡 ‘궈쭈 환잉니(국가대표 축구팀은 당신을 환영합니다)’다.
‘베이징 환잉니’는 4월 17일 처음 공개된 이후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 부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중국의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동 출전권을 얻은 중국 남자 축구팀이 예선 조별 리그에서 1무 2패로 힘 한번 못 써보고 탈락하자 ‘궈쭈 환잉니’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개사곡은 중국 남자 축구가 브라질에 0-3으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한 13일 이후 퍼지기 시작했지만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궈쭈 환잉니’를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틈만 나면 듣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인들은 축구에 대한 ‘희망’을 접었는지 “항상 꼴찌 자리는 중국, 중국 팀과 만나면 (그 팀은) 복을 얻은 것”이라는 등 노골적으로 축구팀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졸전에다 10일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무리한 태클로 2명의 선수가 퇴장당하는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격분한 나머지 “지금 ‘소림축구’를 하는 거냐. 4년간 올림픽을 위해 쓴 돈이 아깝다”며 축구 지도부 문책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축구평론가 리청펑 씨는 13일 “이제 더는 축구에 대한 글을 쓰지 않겠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