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배터리 충전 “또 해켓 깬다”

  • 입력 2008년 8월 13일 08시 01분


“아, 이쪽이 (메달의) 앞면이었나요?”

이틀 전, 아시아선수로는 72년 만에 처음 수영 자유형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제대로 감상할 짬도 없었다. 박태환은 12일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자유형200m에서 아시아선수최초로 은메달(1분44초85)을 차지했다. 아시아신기록.

마이클 펠프스(23·미국)는 1분42초96으로 자신의 세계기록(1분43초86)을 경신하며 이번 대회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펠프스와의 대결 때문에 최근 잠을 제대로 이뤄본 적이 없다는 노민상 감독은 움푹 팬 두 볼 사이로 연신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부담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다는 박태환도 환한 미소를 찾았다. 마린보이가 물을 만난 지 15년 만에 한국수영의 새 역사는 시작됐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의 가능성은 무한대”라고 했다.

○ 수영을 위해 태어나다

7세 때 박태환을 처음 본 노민상 감독은 “처음부터 물을 잘 탔다”고 했다. 동료들은 박태환의 천부적인 부력을 부러워한다. 훈련파트너 피승엽(19·충북체고)은 “(박)태환이 형의 영법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면서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박태환’이라는 쾌속정은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안에는 생체시계까지 탑재됐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46초대까지 맞추라고 하면 46초대, 47초대에 맞추라면 정확히 47초대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파라볼라 안테나처럼 한 번 익힌 감각은 몸 속 깊숙이 감춰놓는다. 일정 정도 이상의 자극을 수용하면 잠자던 감각은 깨어난다. 5달만의 집중훈련으로 세계정상에 선 비결이었다.

“글쎄요. 그냥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잘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하지만 정작 박태환은 본인의 감각에 대해 무감각했다. ‘내가 왜 잘하는지 나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천재다.

○ 파트너 선수들에게 영광을

시기와 질투도 있을 법했지만 박태환은 따스한 체온으로 동료들에게 다가섰다. 인성을 강조하는 노민상 감독의 영향도 컸다. 노민상 감독은 “2월말 (박)태환이를 만났을 때 놀랐던 것은 나쁜 몸 상태보다 전에 없는 버릇이 생겼던 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태환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의 기억력까지 뛰어났다.

단거리선수인 배준모는 박태환의 초반레이스를 밀어줬고, 장거리선수인 피승엽은 후반레이스를 끌어줬다. 박태환은 “기록을 당기는 것이 힘들었지만 파트너선수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 4일 뒤의 도전, 4년 뒤의 도전

그 겸손함은 4년 뒤를 밝힌다. 박태환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내가 펠프스나 그랜트 해켓(28·호주)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은 건방지다”고 했다. 박태환은 “펠프스를 상대해보니 잘한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면서 “펠프스의 50%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해켓에 대해서도 “장거리 최강자”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펠프스를 잡고 싶다는 의지는 감추지 않았다. 박태환은 “돌핀킥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박사는 “물론 감각도 뛰어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4년의 시간이라면 펠프스를 잡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태환은 17일, 자유형1500m결선에 나선다. 사상최초로 자유형1500m 3연패를 노리는 해켓을 다시 한 번 꺾는다면, 명실 공히 장거리 최강자는 박태환이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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