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창]중국의 ‘오만’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박태환-진종오 회견때 한국에 기회 안줘

체조경기장에선 선수이름 틀리게 표기

홀대인가 실수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기가 시작된 9일 오후 사격장. 한국의 진종오와 북한의 김정수가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행사 진행을 맡은 베이징 측 담당자는 한국 기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를 위해 중국 기자들에게만 주로 질문이 주어졌다. 겨우 질문 기회를 얻은 로이터통신의 기자가 “남북한 선수가 서로 축하하는 것이 어떠냐”고 질문하자 행사 담당자는 “정치적인 질문이다. 통역하지 않겠다”며 묵살했다. 결국 남북한의 인터뷰를 봉쇄한 셈이 됐다.

체조경기장에서는 더했다. 전광판에 소개된 한국의 양태영(梁泰榮)의 이름은 성을 틀리게 써서 ‘양(楊)’자로 바꿔 놓았고 ‘영’자는 아예 ‘용(勇)’자로 틀리게 적었다. 김대은(金大恩)은 가운데의 ‘대(大)’자를 ‘대(代)’로 잘못 썼다.

10일 한국의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을 때도 마찬가지. 기자회견장에서 진행자는 금메달을 딴 한국을 위해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중국 기자와 외신 기자에게만 질문을 하게 했다. 이들은 자국 선수에게 질문을 집중했고 은메달을 딴 중국의 장린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라슨 젠슨만 답변했다. 금메달 선수가 질문을 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다 못한 일본의 한 기자가 “사격장에 이어 너무한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가 회견이 끝난 뒤 진행자에게 항의하자 진행자는 “박태환 선수가 이미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 충분히 질문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선수가 빠져나올 때는 급하게 도핑테스트 등을 받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짧은 인터뷰만 허용된다. 일본 기자는 “중국과 미국도 마찬가지로 선수 퇴장 때 인터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의 의도된 홀대인지, 미숙한 대회진행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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