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올해도 해링턴을 띄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브리티시 오픈 골프 강풍 뚫고 2연패
앤서니 김 공동7위- 최경주 공동16위

대회 출전 자체가 무리였던 그가 다시 한 번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췄다. 게다가 짜릿한 역전 우승이었기에 더 감격스러웠다.
파드리그 해링턴(37·아일랜드)이 험난한 코스와 까다로운 자연 조건을 뚫고 타이틀을 지켰다. 마치 승리의 여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은 듯 유유히 선두를 질주한 해링턴의 벽에 막혀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을 노린 최경주(38·나이키골프)의 야망도, 역대 최고령 메이저 우승자에 도전했던 그레그 노먼(53·호주)의 꿈도 모두 깨졌다.
21일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GC(파70)에서 끝난 제137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최종 4라운드.
해링턴은 선두 노먼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티오프해 1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3오버파 283타로 우승했다. 2위 이언 폴터(영국·7오버파)와는 4타 차.
지난해 이 대회에서 메이저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대회에 불참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년 만의 2연패이자 메이저 통산 2승째를 올렸다.
그는 12일 근력을 기르는 운동 도구인 ‘임팩트 백’을 치다 오른쪽 손목을 다쳐 그동안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얼음찜질과 진통소염제를 먹어 가며 치료에 몰두했으나 차도가 더뎌 이번 대회 연습라운드도 9개 홀만을 돈 뒤 출전해야 했다. “만약 브리티시오픈이 아니었다면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하지만 부상 부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러프에서의 샷을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후반 들어 13,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경쟁자들을 따돌린 그는 17번홀(파5)에서 이글을 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날 해링턴과 동타였던 최경주는 1번홀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뒤 4∼8번홀에서 퍼트 난조에 허덕이며 5연속 보기로 흔들렸다. 하지만 최경주는 16, 17번홀 연속 버디를 낚았으나 최종 18번홀(파4)에서 어처구니없게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공동 16위(13오버파)로 마쳤다.
골프 인생의 황혼기를 불태웠던 노먼은 1∼3번홀에서 3연속 보기로 순위가 밀리며 공동 3위(9오버파)에 머물렀으나 노장 투혼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공동 7위(12오버파)로 톱10에 들며 선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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