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비인기 종목 조금만 더 사랑을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올림픽 개막이 3주 남았습니다. 옆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 취재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지난주 대한체육회는 각 경기단체 앞으로 ‘훈련에 방해되니 언론의 취재 요청을 거절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뜨거운 관심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이라면 언제 올림픽이 열렸느냐는 듯 예전의 ‘무관심 모드’로 돌아가겠죠.

최근 올림픽을 핑계로 평소 잘 취재하지 않던 비인기 종목의 선수와 감독을 만났습니다. 필요할 때만 찾아가 부끄러웠고, 올림픽이 끝난 뒤 그들이 느낄 허탈감을 생각하니 미안했습니다.

다행히 선수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냄비 같은 취재 열기쯤은 무시할 내공이라도 생긴 것 같습니다. 16일 레슬링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만난 한 선수는 “올림픽 때만이라도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고맙다. 이 순간을 위해 4년을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많은 대회가 있지만 특히 올림픽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힘든 운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태릉선수촌에 들어오는 선수단 격려금은 예전만 못합니다. 16일까지 모인 금액은 6억4000만 원. 2004년 아테네 때의 12억 원에도 못 미치고 2000년 시드니 때의 22억 원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이 돈은 주로 메달리스트 포상금으로 쓰입니다. 올림픽 메달에는 돈이 따라옵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4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명예는 물론 금전적인 혜택도 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국회의원, 장관, 기업체 회장 등 여러 ‘높으신 분’이 베이징을 찾을 겁니다. 행여 비인기 종목 지원 법안이나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두둑한 격려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선수들도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자기 홍보용 방문이라면 삼가 주세요. 대회 관계자 여러 사람이 피곤합니다. 선수들을 챙겨야 할 시간에 높으신 분들 숙소 잡고 차편과 식당까지 알아봐 줘야 하거든요. 경기력 저하 원인이 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면, 가더라도 열심히 응원이나 하세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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