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러시아 3-0으로 꺾고 독일과 결승 격돌

  • 입력 2008년 6월 27일 05시 50분


‘무적함대’ 스페인이 ‘히딩크매직’ 러시아를 물리치고 44년 만의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스페인은 27일 새벽(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하펠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08 4강 두번째 경기에서 후반 사비 에르난데스, 다니엘 구이사, 다비드 실바의 연속골을 앞세워 러시아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1984년 이후 24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한 스페인은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러시아를 4-1로 크게 이긴 뒤 리턴 매치에서도 승리하며 4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스페인은 오는 30일 터키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전차군단’ 독일과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그야말로 스페인은 ‘무적’ 그 자체였고, 더이상 메이저대회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스페인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국가에 맞는 축구 색깔을 살려 4강전에 걸맞는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먼저 다비드 실바-마르코스 세냐-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로 구성된 환상의 미드필드진을 앞세운 스페인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적인 패스워크로 서서히 러시아를 조여가는 형태의 공격을 펼쳤다.

이에 맞선 러시아는 8강전 강호 네덜란드를 격침시켰던 작전인 빠른 측면 공격으로 스페인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수비시 상대 공격수가 볼을 소유하면 2~3명이 주위를 둘러싸는 압박 플레이를 펼치며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갔다. 또한 러시아는 다소 거친 플레이로 다혈질적인 스페인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을 자극하며 경기 외적인 부분도 준비한 듯 보였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치던 전반 중반, 스페인에게 불운이 찾아 오는 듯 했다. ‘공격의 핵’ 다비드 비야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더이상 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이후 비야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교체됐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두 팀의 균형은 후반 5분 깨지고 말았다. 안정감 있게 공격을 지휘하던 이니에스타의 슈팅을 순간적으로 문전 침투하던 사비가 오른발로 차 넣어 러시아의 골네트를 갈랐다.

상승세를 탄 스페인은 후반 28분 당황한 러시아의 골문을 다시 한번 열어 젖혔다. 교체투입된 다니엘 구이사가 러시아의 밀집수비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파브레가스의 감각적인 패스를 이어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무섭게 러시아를 몰아치던 스페인의 기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37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파브레가스의 땅볼 크로스를 쇄도하던 실바가 침착하게 마무리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공격이 뜻대로 잘 풀린 스페인에 비해 러시아는 문전 앞에서의 세밀한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고, 후반 막판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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