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기적, 터키의 반란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터키 선수들이 체코와의 유로 2008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니하트 카베지가 역전골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에서 뒤엉켜 기뻐하고 있다. 17번 선수가 툰자이 샨리로 3-2로 역전한 후 퇴장당한 골키퍼를 대신해 터키 골문을 지켰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터키 선수들이 체코와의 유로 2008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니하트 카베지가 역전골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에서 뒤엉켜 기뻐하고 있다. 17번 선수가 툰자이 샨리로 3-2로 역전한 후 퇴장당한 골키퍼를 대신해 터키 골문을 지켰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체코에 2-1 뒤지다 니하트 종료 직전 역전드라마

50년만의 복수… 8년만의 8강 골인 ‘기쁨 두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때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법.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조별 리그에서 터키가 그랬다.

터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A조 3차전에서 동유럽 강호 체코에 후반 30분까지 0-2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3골을 터뜨리며 3-2로 승부를 뒤집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2승 1패를 기록한 터키는 스위스(1승 2패)와 체코(1승 2패)를 따돌리고 골 득실에서 앞선 포르투갈(2승 1패)에 이어 조 2위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 터키가 이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2000년 대회 이후 8년 만.

여러모로 보나 체코의 승리가 점쳐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체코는 6위, 터키는 20위. 게다가 터키는 1958년부터 50년간 체코를 이겨 보지 못했다. 통산 전적은 1승 3무 9패였다.

경기도 후반 중반까지 체코의 분위기로 흘렀다. 체코는 전반 34분 202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얀 콜러의 헤딩 선제골과 후반 17분 야로슬라프 플라실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서 나갔다.

터키는 후반 30분 아르다 투란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기적 같은 역전극이 시작됐다. 후반 42분 터키의 니하트 카베지가 하미트 알틴톱의 크로스를 체코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잡았다가 뒤로 떨어뜨린 것을 그대로 골대 안으로 차 넣으며 2-2 동점을 만든 것. 카베지는 2분 뒤 다시 알틴톱의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받아 오른발로 강하게 찼고 공은 크로스바 밑 부분을 맞고 골인됐다.

터키는 곧 이어 골키퍼 볼칸 데미렐이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해 위기를 맞았지만 공격수 툰자이 샨리가 골키퍼 장갑을 대신 꼈고 나머지 선수들은 육탄으로 체코 선수들을 막으며 50년 만의 승리를 지켜냈다.

스위스는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주전급이 빠진 포르투갈을 2-0으로 꺾고 2패 뒤 첫 승리를 맛보며 개최국의 체면을 살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