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은 비로 연기된 8일 잠실 LG전에 앞서 “포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스트레스가 두 배”라고 했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의 승패에 유독 신경을 써야 하는 자리여서 더 그렇다. “아무리 전 타석에서 잘 맞은 안타를 치면 뭐합니까. 수비 때 난타 당하면 올라왔던 타격감이 다시 무너져요.” 징크스에도 민감해진다. 평소와 다른 아침식사를 한 날 도루저지에 연이어 실패하거나 공을 빠뜨리기라도 하면 ‘내가 먹은 것 때문에 그런가’ 싶어 괜히 괴로워진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다른 포수들을 위해 한 마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제는 포수 때와 다른 스트레스가 생겼다. 외야에서 잘하지 못하면 ‘이젠 정말 갈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김건우 엑스포츠 해설위원이 “나도 투수-3루수-외야수를 거쳐 지명타자까지 밀렸다”며 겁(?)을 주자 짐짓 몸을 움츠리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는 홍성흔의 유니폼 뒷자락에는 맹렬한 외야수비 훈련의 흔적으로 보이는 푸른빛 물이 잔뜩 들어 있었다.
잠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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