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2008생생토크]지금은 훈련 아닌 평정심이 필요하다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9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과 같은 축구 아이콘이 되려면 유로 2008은 절호의 기회다. 측면 공격수로 올 시즌 42골이나 넣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그는 그 위치에 3분의 2쯤 왔다.

스위스 뇌샤텔 호숫가의 별 다섯 개 초호화 호텔에 머물고 있는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훈련이 아닌 평정심이다. 8일이면 그는 포르투갈을 이끌고 터키와 첫 경기를 한다. 모스크바에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후 17일 만이다.

그는 지금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도 물론 언젠가 지단이 뛰었던 마드리드에서 뛰고 싶을 것이다.

브라질 출신 명장이며 포르투갈축구대표팀 감독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나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에게 기회를 잡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스콜라리는 호날두의 친구가 되고 싶은 것 같다. 팀에 승리를 안길 선수이기 때문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감독 또한 호날두와 친구이길 원한다. 스콜라리가 그의 선수를 꼬드겨 레알 마드리드로 가게 한다면 당연히 격노할 것이다.

하지만 스콜라리는 지구상 최고의 선수들이 겪는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호나우지뉴, 호나우두를 이끌고 우승했고 프랑스의 ‘축구 신’ 지단이 당시 월드컵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았다.

당시 지단은 200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레알 마드리드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월드컵이 채 3주도 안 남은 시점이었다. 한국에서 지단은 시차와 낯설고 뜨거운 기후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에게 의존하는 프랑스로선 부담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첫 번째 연습경기에서 왼쪽 허벅지를 다쳤다. 지단 없는 프랑스는 세네갈과의 첫 경기에 졌다. 지단은 압박 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에 나섰지만 프랑스는 결국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월요일 훈련 중 발목에 경미한 부상을 당한 호날두를 스콜라리 감독이 훈련에서 제외한 것은 당연하다. 호날두는 올 시즌 소속팀을 위해 강행군을 했고 그만큼 조국을 위한 에너지는 적어졌다. 그 자신도 “잘하고 싶지만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2002년 지단과 비교할 때 그는 젊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치기엔 위험 부담이 있다.

뛰어난 선수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행정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주 17세 이하 월드컵부터 각국 A매치까지 스케줄과 장소를 확정했다. 이들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게 뭔가. 경기를 통해 얻는 여러 이익이다. 선수들은 안중에도 없다.

‘호날두가 무너지면 또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틀렸다. 그의 현란한 발놀림과 자신감은 아름답다. 프랑스에서 지단이 그랬듯 포르투갈에 그를 대신할 선수는 없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중 이번 대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가 호날두만은 아니다. 스페인에는 리버풀의 페르난도 토레스와 아스널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있다. 프랑스에는 4명의 선수가 있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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