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가 간다] 가슴은 뜨거웠고 열정은 순수했다

  • 입력 2008년 5월 7일 09시 09분


언제인가 처음 찾았던 스포츠 현장이 목동 축구장이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나 가물가물하지만 부천 유공과 포항제철의 경기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된다.

그라운드 위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더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양 팀 응원단의 서포팅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축구 응원에 바로 곁에 96 애틀랜타올림픽 멤버 윤정환과 이원식이 앉아 있었다는 것조차 까맣게 모를 정도였다.

어린 시절, 문화 충격을 줬던 그들과 한 번쯤 호흡하고 싶었다. 소리높여 대표팀 아닌, 나만의 선수를 연호하고 싶었고, 눈치보지 않고 노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현장 체험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더 기다려야 했을 터.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9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대단히 순수했다. 열정 하나로 축구장을 찾았고, 이동하는데 여러 시간이 걸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비싼 유니폼을 매년 사들였으며 10만원이 넘는 연간 회원권 구입을 당연시했다. 돈 없는 후배의 입장권을 대신 사주는 끈끈한 정도 있었다. 상당수 서포터스는 그런 어려움조차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대전 서포터스 체험만을 놓고 그들의 문화를 전부 체득했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조금 이해하게 됐을 뿐이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응원 방식을 비웃고 싶다면 할 수 없지만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선 한 번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감히 권유하고 싶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남장현기자가 간다]고래고래 15분…웅얼웅얼 7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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