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누빈 코트, 아들 딸이 휩쓴다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7분


통합챔프 동부 신인가드 이광재

가족 4명 모두 전현역 농구선수

거실 벽에는 어머니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받은 훈장을 보관한 액자와 코트에서 뛰는 아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올 시즌 프로농구 통합챔피언 동부의 신인 가드 이광재(24·187cm).

지난 주말 삼성을 꺾고 정상에 오른 뒤 그는 모처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집에 머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농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우승 선물을 안겨 드려 기쁘다.

30일에는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에서 뛰고 있는 동생 유진(18·185cm)까지 집을 찾아 몇 달 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광재는 “우승도 하고 다 함께 만날 수 있어 너무 좋다. 부모님이 농구를 하셨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광재의 아버지 이왕돈(50·186cm) 씨는 고려대와 실업팀 삼성에서 센터로 뛰었다. 어머니 홍혜란(50·170cm) 씨는 1970년대 후반 국가대표 가드로 코트를 누비며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 금메달, 1979년 세계선수권 은메달과 함께 체육훈장 2개를 받았다.

지난해 연세대 졸업 후 동부에 입단한 이광재는 챔피언전에서 가드로 출전해 스피드를 앞세운 악착같은 수비와 과감한 공격으로 승리를 거들었다.

홍 씨는 “눈물 날 뻔했다. 나도 운동을 해봐서 아는데 열심히 한다고 우승하는 건 아니며 운도 따라야 하는데 광재가 정말 대견스럽다. 광재가 패스와 수비에 눈을 뜬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 씨는 유진이 갓 돌을 지난 1991년 6월 홍콩에서 뇌출혈을 일으킨 뒤 몸이 불편해져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당시 이 씨의 룸메이트였다.

이광재는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에게 꼭 우승 반지를 안겨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준우승을 한 유진은 “오빠만 우승해 조금 샘도 나지만 정말 잘했다”며 웃었다.

농구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홍 씨는 “요즘은 농구인들 사이에서 광재 엄마로 불린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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