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홍기 깃대는 몽둥이로 변하고…”

  • 입력 2008년 4월 28일 18시 55분


27일 2008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출발지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성화보송을 지켜보던 중국 유학생들이 한 시민을 집단 구타하고 있다. 이 시민은 경찰에 의해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원건 기자
27일 2008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출발지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성화보송을 지켜보던 중국 유학생들이 한 시민을 집단 구타하고 있다. 이 시민은 경찰에 의해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원건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 국민들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맞다니…."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중 보여준 중국 유학생들의 과격행동과 자국민 보호에 무기력했던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성화 봉송 행사에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은 모두 6000여 명. 이들은 일제히 오성홍기를 흔들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일부는 성화 봉송 반대 시위대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오성홍기 깃발이 둔기로 변했고, 물병과 돌멩이 심지어 금속절단기까지 날아다녔다.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위 현장에 있었던 회사원 김정원(35) 씨는 "축제로 생각해 가족들과 올림픽공원에 들렀다가 깜짝 놀라 자리를 피했다"며 "중국인들이 서울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성토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네티즌들도 분노를 표출했다. '잠실늘푸름'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려 자신을 폭행한 중국인 유학생을 수배했다.

이 네티즌은 폭행 당시 사진과 엑스레이 촬영사진을 공개하며 "올림픽공원에서 중국 유학생들에게 30분간 집단 구타당했다. 직접 검거에 도움을 주는 분들에게 100만 원을 사례하겠다"고 호소했다.

눈앞에서 자국민이 중국인들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이 5000명 정도 참석한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환영 인파로만 생각해 사전에 통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앞서 중국 측으로부터 성화 경비와 함께 중국인 유학생들의 환영행사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닝 푸쿠이 주한 중국대사가 어청수 경찰청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오성홍기와 오륜기, 태극기를 준비해 성화를 환영할 것으로 알고 경비를 준비했다"며 "하지만 막상 오성홍기가 시내를 뒤덮은 모습을 모니 섬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사 현장인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지만, 9000여 명의 경력이 성화 경비에 집중돼 폭력 사태를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경찰인지, 중국 공안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었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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