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2승-상금5위-자선재단 설립…최고의 한해 보내는 최경주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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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싸늘한 눈가에 고이는…. 나의 빈 잔에 채워 주∼.”

두툼한 손으로 잡은 마이크가 유달리 어울려 보였다. 남도 특유의 걸쭉한 사투리 어조가 배어 있는 가사는 구성지게 들렸다.

애창곡인 남진의 ‘빈 잔’을 부르는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지난 주말 ‘최경주 재단’ 출범식이 끝난 뒤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이 마련한 축하연 자리에서였다.

최경주에게 “당신의 빈 잔은 언제나 채워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빈 잔은 비어 있어야 합니다. 늘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 비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용수철’ 얘기를 꺼냈다. “용수철은 늘어났다가 항상 제자리로 돌아와야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저 역시 언제나 그런 자세를 가지려고 합니다.”

최경주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상금 5위(458만7859달러·약 42억6000만 원)를 차지하는 등 1999년 미국 진출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레슨 서적 출간, 드라마 제작 등의 요청도 쏟아진다고.

하지만 최경주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자서전 초본이 나왔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책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26일 출국 길에 오르는 그는 미국 투어를 개척하고 있는 외로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은 맨땅에 잡초 하나 나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한국인 후배가 많이 와서 대회 때 우리말로 수다를 떨었으면 합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목표인 최경주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를 자신과 궁합이 맞는 코스로 꼽았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챔피언 자격으로 저녁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제가 우승하면 된장찌개와 불고기 백반으로 할 겁니다. 청국장으로 할까 했는데 냄새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식사 자리에 입장조차 안 할까 봐서요. 하하….”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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